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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라는 놀이가 있다. 노랑ㆍ빨강 색종이로 비행기나 배 같은 기초부터 시작해 공룡, 우주선, 자동차 등 고급 작품들까지 만들 수 있는 놀이다. 어릴때 종이비행기 한번 안 날려 본 사람이 있나. 최근에는 이런 종이접기를 실제로 하는 사람을 보는 경우가 줄었다. 대개 아이들의 관심이 PC나 스마트폰, 게임기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손을 움직여 뭘 만드는 놀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다섯시삼십분'은 이런 종이접기를 모바일로 가져왔다. 이른바 'Let's fold(다함께 접어봐)'라는 이름의 종이접기 게임이다. 디스플레이에 종이를 펼쳐놓고 끌기와 붙이기 등 손가락 터치로 종이를 접는다. 정해진 룰에 따라 정확히 접으면 종이접기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이라면 많은 종류가 있는 데 하고많은 것 중에서 이런 것을 만들었을까. 모바일 게임이라는 온라인적인 특성과 종이접기라는 오프라인적 감수성이 모두 필요하다. 정상화(39) 대표는 온라인 게임사인 엔도어즈 (현재는 넥슨에 인수)를 거치면서 게임기획자로서 경력을 쌓았다. 역시 앱 제작자인 천영진 공동대표를 만났는 데 두 사람은 과거 로이월드라는 곳에서 종이인형옷입이기 같은 게임을 만들면서 종이와 관련된 게임의 성공가능성을 공감했었다.
'다함께 접어봐' 게임은 애플스토어 등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스토리가 비슷비슷한, 그리고 대부분 폭력적인 모바일 게임이 널려있는 상황에서 우선 독특한 감성으로 어필하고 있다. 아련한 추억을 담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손가락으로 드래그해 종이를 접는 과정은 마치 실제 종이접기 놀이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에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임의 속성을 함께 하고 있다. 정상화 대표는 "종이접기는 한국적이고, 또 언어가 다른 외국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기술이다. 손 터치를 통해 종이가 접히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 쉽지 않는 기술이다. 다섯시삼십분이 이를 위해 개발한 것이 이른바 '종이접기 엔진'이다. 다만 아직은 하나의 게임에서 10번까지 동시에 접히는 것이 한계라고 한다. 아주 복잡한 종이접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정 대표는 "3차원적인 종이접기는 별도로 오프라인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며 "우리 게임은 종이접기 퍼즐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다운받는 것은 무료다. 수익모델은 게임 아래에 깔리는 광고와 유료로 제공되는 일부 아이템(종이접기 방법 힌트)다. 여기에 오프라인에서 종이접기 모형을 판매할 예정이다. 온라인 게임과 오프라인 제품의 상승작용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애니메이션 등 다른 분야로도 확대가 가능하다.
회사는 2012년 10월 설립됐다. 회사명이 하필 왜 다섯시삼십분일까. 정 대표는 "다섯시삼십분은 우리 회사의 퇴근시간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현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판교=글ㆍ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