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보좌관실 바빠졌다

부동산서 환율 대책까지 대통령 주문 쏟아져
힘 실린 金보좌관 어떤 카드 내놓을지 주목
보좌관실 역할 확대에 일부 "옥상옥" 우려도

김용덕

청와대 경제 보좌관실이 바빠졌다. 부동산에 이어 환율 대책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정문수 전 보좌관이 퇴임하기 전, 정책의 주도권이 청와대 정책실장과 재정경제부 등 부처로 완전히 쏠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좌관실의 한 당국자도 “전임 보좌관 시절에 비해 생기를 많이 되찾았다”며 이 같은 기류를 반영했다. ◇‘Mr.원’ 힘 발휘하나=노 대통령의 환율 발언은 ‘의외’일 정도로 강도가 세지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에서의 발언이 ‘중장기적인 대책’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수준이었다면 지난 3일 신년사에서 나온 ‘특단의 대책’ 발언은 시장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위였다. 미국으로부터 ‘환율 조작국’이라는 명칭까지 듣고 있는 상황에서 부총리도 아닌, 통치권자가 환율 추가 하락을 차단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 자체가 ‘무리수’이기 때문.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잇따른 고강도 환율 발언이 김용덕 보좌관의 ‘훈수’에 의해 나온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미스터 원’이라는 애칭을 들을 정도로 외환 정책에 있어서는 전문가인 김 보좌관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강도 높은 환율 정책을 마련하도록 경제 부처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환율 정책에 관한한 청와대에서는 경제수석실이 주포, 보좌관실은 보좌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실무적 대책 마련은 재경부에서 책임을 지는 형태다. 하지만 이달 안에 나올 환율 대책의 큰 틀은 외환 전문가인 김 보좌관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 외에 별도 검토 중인 것이 없다”는 재경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특단의’ 단기 대책이 준비될 수 있다는 해석도 김 보좌관의 역할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부동산 정책, 보좌관실로 사실상 일원화=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문제는 보좌관실로 사실상 일원화됐으며 정책실은 코멘트를 하는 정도”라며 “일선 부처와의 카운터파트너 역할도 정책실에서 다시 보좌관실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이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내면서 실물 감각도 익힌 만큼, 민감 사안인 반값 아파트 문제와 민간아파트 원가공개 확대 문제 등에 대해 전임 정 보좌관보다 한층 성숙된 정책 역량을 펼 수 있을 것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보좌관실의 역할이 비대해질 경우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심해진 당정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총 책임을 재경부가 맡도록 한 상황에서 도리어 ‘옥상옥(屋上屋)’의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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