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등으로 어디서나 TV를 볼 수 있는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는 실제 사용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고 있을까.
20일 DMB 이용자들과 인터넷의 관련 동호회 등에 따르면 지상파 DMB는 지상파 TV 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좋지만 장소에 따라 화면이 끊어지는 `난시청'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위성 DMB는 이 같은 수신불량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월 1만 3천원의 사용료에 비하면 볼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에 출범한 지상파 DMB는 현재 이용자가 11만여명, 그보다 7개월 일찍 시작한 위성 DMB는 가입자가 44만여명에 이른다. 본격적인 DMB `양강' 체제가 열린 지금 이들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정리해봤다.
◇ "볼거리는 만족, 끊김 현상은 문제"
지상파 DMB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사업자로 참여해 이들의 방송 프로그램이 일반 TV와 거의 똑같이 나온다.
`안방극장'을 휴대전화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수신료도 없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휴대전화로 지상파 DMB를 본다는 회사원 이봉구(31)씨는 "출퇴근 시간에 놓치기 싫은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차를 타면서 볼 수 있어 좋다"며 "평소 익숙한 프로를 간편하게 좋은 화질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파 DMB는 지상의 송신소를 통해 방송 전파를 보내기 때문에 전파가 닿기 힘든 지하나 건물 실내 등에서 영상이 끊기는 현상이 일부 발생한다.
게다가 지형상 전파 수신율이 나쁜 서울 일부 `난시청' 지역과 남산, 관악산,용문산 3곳의 지상파 DMB 송신소와 멀리 떨어진 수도권 지역에서는 이 같은 수신 불량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노트북 컴퓨터용 지상파 DMB 수신기를 쓰는 한 네티즌(ID: yjkwon71)은 `DMB 마니아 공식카페'(http://cafe.naver.com/blizzardgame)의 게시판에서 "대학로에서는 카페 실내에서도 잘 나오던 방송이 난시청 지역인 (자신의) 집에서는 아예 신호가 안 잡혔다"고 불편을 털어놨다.
이 네티즌은 집에서 수신기 안테나에 전선을 감아 3m가량 늘리자 겨우 신호가 잡혔다며 서비스 사업자들이 이 같은 난시청 장소마다 전파를 전하는 기기인 `중계기'(Gap Filler)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PDA로 지상파 DMB를 본다는 대학생 전효석(26)씨도 "서울은 괜찮지만 일산에 가면 건물 안에서 방송이 잘 끊기는 현상이 일어난다"며 "장소에 따라 수신율이 고른것 같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KBS, MBC 등 지상파 DMB 사업자들은 기존 이동통신사들처럼 도심지의 서비스 불통 지역마다 중계기를 설치해주는 방안은 비용이 너무 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사업자들은 특정 지역에 전파를 뿌려주는 간이 송신소인 DMBR(DMB Repeater)을 분당 등 수도권 지역에 10여 개 만들어 지상파가 닿지 않는 난시청 지역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 "수신은 좋은데 가격 대비 값어치는 `글쎄'"
위성을 통해 방송을 보내는위성 DMB는 지상파 DMB에 비해 난시청 문제는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찍 출범한 위성DMB가 이미 3천여 개의 중계기를 갖추고 있는 등 송신 인프라면에서 지상파 DMB보다 앞서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지하철 내에서도 위성 DMB는 전 노선에서 방송을 볼 수 있으나 지상파 DMB는 올 6월께야 1∼4호선부터 서비스가 시작된다.
위성 DMB 휴대전화가 있는 대학생 이현숙(22ㆍ여)씨는 "차를 타고 가다 터널에서 영상이 끊기는 것을 빼고는 갖고 다니다 방송이 갑자기 멈춰 불편을 겪어본 적은 없다"며 "화질이나 음질 면에서도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성 DMB는 지상파 방송이 안 나오고 대다수 채널이 `MBC드라마'와 `SBS드라마', 영화 채널 `홈 CGV' 등 기존 케이블 방송 들이다.
때문에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월 1만 3천원(부가세 별도)을 내야하는 유료 서비스치고는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퇴근길에 휴대전화로 위성 DMB를 보는 회사원 박선용(32ㆍ여)씨는 "지상파 프로그램을 좋아해 SBS드라마 등 재방송 채널을 주로 보는데 옛날 프로가 많아 신선함이 떨어진다"며 "또 다큐멘터리나 생활 교양 등 채널도 없어 볼거리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용료 자체가 너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위성 DMB 휴대전화를 쓰는 회사원인 이은열(27)씨는 "하루에 30분 정도 보는데 한달에 1만원이 넘는 요금을 내니 비싸다는 느낌"이라며 "특히 집에도 TV가 있는데 또 TV값을 낸다는 생각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는 이용료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회사측은 인기영화 등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물을 골라 볼 수 있는 PPV(Pay PerView)서비스와 통신망과 연계한 대화형 서비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지상파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수요를 고려, 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과 협의해 이들 방송을 위성 DMB로 재송신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상파 DMB에 참여하는 이들 방송사들이 "지상파 DMB가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위성 DMB에 재송신은 못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어 지상파 채널 확보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