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0여 년의 역사를 분석해 보면 경기침체는 4.75년에 한번 꼴로 오고 경제대공황은 67년마다 한번씩 온다고 한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따져볼 때 누구나 생애 한 번 정도는 경제대공황을 경험하게 된다. 이 같은 불황의 원인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경영자들의 탐욕, 잘못된 정책, 기술의 변화 등을 지적하고 또 나아가 자본주의의 잔인한 본성을 탓한다. 진정 자본주의는 무자비한 야수일까? 역사의 원동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루시퍼 원리'와 집단 선택주의에 따라 인류의 진화를 설명한 '집단 정신의 진화'로 과학계에 파장을 일으킨 심리학자 하워드 블룸이 이번에는 자본주의의 진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사회학을 넘나드는 책은 새로운 관점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저자는 불황 유발 요인을 "인간이 타고난 생물학적 유전자에 경제 붕괴를 유발하는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군중의 인식 변화를 촉발시키는 장치인 '군중 인식 엔진(Mass perceptual engine)'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끝없이 찾아 헤매는 우리 유전자 속 탐색엔진을 가동해 경제 불황을 유발한다는 얘기다. 또한 직면한 문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초월엔진(transcendence engine)'이라는 것이 작동하는데 이것이 경제의 붐과 붕괴에 직접 개입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초월엔진은 사람들이 흔히 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여기는 일들이 현실에서 나타나도록 만드는 세속적 창조 장치인데 '비전과 상상'을 일상 생필품으로 바꾸는 역할에 개입하곤 한다. 이는 창조 행위와 관련된 영역으로 확장된다. 일례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몸집이 큰 근육질로 사냥에 유리한 신체조건이었음에도 초월엔진을 이용하지 못한 '지독한 현실주의자'였기 때문에 멸종했다. 반면 허영심이 충만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치장에 탐닉해 패션에 필요한 실과 바늘을 발명했고 이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 저자는 패션과 메이크업 같은 아이덴티티 비즈니스(화장 산업)에 주목하며 소속과 개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허영과 정체성에 대한 욕구가 인간 세계발전에 공헌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저자는 역사 속에서 힘을 발휘해 온 서구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욕구ㆍ고통ㆍ열망 등의 '감성'을 통해 찾아보자고 주장한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 짚어가며 상상력이 인간의 생존과 자본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미래 경제를 움직일 키워드도 그 안에 숨어있을지 모른다며 주목하기를 당부한다.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