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지낼 시간이 늘어난 가정이 많다. 지금의 기성세대와는 사뭇 다른 방학을 보내고 있는 주변의 아이들을 보면 새삼 격세지감도 느낀다. 예전 도시의 아이들이 시골의 외가나 친가에 며칠 머물며 자연의 풍취를 느끼고 친족간의 정을 나눴던 일은 방학이 주는 또 다른 교육의 장이었다. 이를 위해 예전 부모들은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여름휴가를 내고 나들이 계획에 들떴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친족간의 정도 예전만 못하지만 국내보다는 해외여행쯤은 데리고 다녀와야 부모 노릇을 한 느낌이 든다고들 한다. 지식습득만 강요하는 부모들 굳이 방학이 아니어도 어학연수 등을 위해 기회만 닿으면 해외를 데리고 나가는 세상이고 보면 그럴 법도 하다. 한편으로 부모와의 휴가를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야 하는 것은 아이들 쪽도 마찬가지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보다 더 바쁘다. 방학을 해도 어학연수에 학원에 특기활동에 긴긴 여름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학원 방학이 이번주에 몰려 있다 보니 부모와의 여름휴가는 이번 주가 절정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주가 지나고 나면 그나마 아이들에게 방학은 더 이상 의미도 없을 듯하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학교와 학원에 아이들 교육을 내맡기다시피 한 부모들일수록 자식들의 교육에 대해 다시금 애틋한 감정이 생기는 기간이 바로 이때가 아닌가 싶다. 자기반성의 시간도 생길 것 같다. 그러나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또 지나친 과욕이 아이들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우는 결과를 낳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삶의 지혜 몸소 보여줘야 이 때문에 학업성적 상위권을 유지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오히려 성적 비관을 이유로 무모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자식 교육의 어려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맹자의 제자 공손추가 하루는 스승에게 “군자 된 자가 자기 아들을 가르치지 않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맹자는 “가르치는 부모는 항상 올바른 것만을 가르치려 들고 또 그대로 행하지 않으면 화를 내게 되는데 화를 내다보면 부자 관계를 해치게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맹자는 덧붙여 “아들은 속으로 ‘아버지는 바른 일을 하라고 하시지만 아버지도 언제나 바른 것은 아니더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은 곧 의를 상하게 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은 자식을 서로 바꿔 가르치고 부자간에도 좀처럼 잘되라고 책하지 않았던 것이다. 행동으로 솔선수범할 수 없는 한 자식을 직접 가르치겠다고 나서는 것은 아니 한 것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는 법이다. 요즘처럼 각종 미디어와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일찌감치 자아가 형성된 자식들을 상대로 ‘공자 왈 맹자 왈’을 읊는 것은 자칫 자식과의 대화에 담을 쌓겠다고 달려드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 교육은 백년대계다. 결코 소홀히 할 수도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인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많은 절망과 위기를 겪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심한 좌절과 자책, 그리고 원망의 마음이 생긴다. 주변을 돌아보면 그럴 때 힘이 됐던 것은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부모가 역경을 헤쳐가는 삶의 자세를 통해 얻은 영향력이었다고 토로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인생의 깊은 나락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마다 한결같이 성실한 자세로 자신보다는 이웃을 돌아보며 베푸는 삶을 사셨던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다시금 힘을 얻고 지혜를 얻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자식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시키는 일에만 몰두하고 정작 자식을 위해 진정으로 보여줘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부족한 듯 느낄 때가 많다. ‘고난이 인간을 키운다’는 평범한 진리 앞에서도 귀한 자식 생각에 지름길만을 일러주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봤으면 한다. 비록 짧은 여름방학 동안 며칠 되지 않는 휴가를 보내게 되더라도 내가 부모님한테 배웠던 삶의 지혜를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