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北중유지원 중단 방침

미국이 지난 9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이 달 분 대북 중유지원 중단 방침을 밝힘에 따라 제네바 합의의 실질적인 파기 여부가 기로에 서게 됐다. 중유 제공을 둘러싼 한ㆍ미ㆍ일 3국의 최종 입장은 오는 14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의 결정을 따르겠지만 미국이 강경 입장을 고수할 경우 자칫 순조롭게 진행 중인 남북 간 교류 협력 사업 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미, 중유지원동결 파장=엄밀히 말해 이 달 분 4만2,500톤의 중유 지원이 중단된다고 해서 제네바 합의가 파기된 것은 아니다. 제네바 합의는 연간 50만톤의 중유 지원을 약속했을 뿐 매달 일정분의 중유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저장 능력을 감안해 매달 지원해 오던 중유 제공이 철회될 경우 그것의 의미는 단순한 대북 경고 차원을 넘어 제네바 합의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미측의 보다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 진다. 최악의 경우 미 의회가 대북 중유지원 중단 법안을 통과시키고 미 행정부가 KEDO에서 탈퇴를 결정, 경수로사업이 중단될 경우 북한도 폐연료봉 봉인 해체와 플루토늄 추출 강행 등으로 맞서 한반도 상황이 극단적인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오는 14일 KEDO집행이사회에서는 이달분 중유 지원 여부에 대해서만 결정한다"면서 "중유 공급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그것이 제네바 합의의 전부는 아니다"고 밝혀 미국의 중유지원 중단 방침에 따른 파장의 최소화에 주력했다. ◇남북 교류협력 차질 빚을 듯=부시 행정부의 압력이 구체화될 경우 남북경협의 순항도 낙관하기 어렵다. 개성공단의 경우 내달 착공이 쉽지 않고, 설사 착공하더라도 북ㆍ미간 첨예한 대치국면에서는 더 이상의 진척을 기대하기도 무리라는 관측이다. 지난 9월 비무장지대 지뢰제거로 착공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ㆍ도로 연결공사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북 핵 문제와 남북경협을 연계하려는 것은 이 문제를 미국에 맡겨버리는 것"이라며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에 핵 문제 해결을 강력히 촉구하되, 남북 교류협력의 끈을 유지하는 병행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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