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두려워 않은 신명난 굿판
[공연화제] 연극 '오구'
귀신 붙은 연극 ‘오구’(연출 이윤택)가 오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막을 올린다.
오구는 국내 대표 연극을 선정해 레퍼토리로 공연하는 연극열전의 13번째 작품이다. 지난 89년 서울 연극제에 처음 등장한 후 96년을 빼 놓고 매년 해를 거르지 않고 공연했고, 해외에도 가장 많이 선 보인 대한민국 대표 선수다. 또 15년간의 롱런과 관객동원에도 성공을 거뒀으나, 지금까지 한 번도 상을 탄 적이 없는 ‘무관의 제왕’으로도 유명하다.
연출을 맡은 이윤택씨는 “오구는 국내에서 아마추어 연극에 불구하다는 혹평과 세계적인 연극이라는 호평을 모두 받고 있는 작품”이라며 “기존 제도권 연극계에서는 이단아로 취급 받아왔지만 우리의 잠재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굿의 신명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늙은 어미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아들에게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산오구굿부터 공연이 시작된다. 오구굿 중 늙은 어미가 죽으면서 산오구 굿판은 초상집으로 변해 노모가 저승사자들과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이 줄거리. 남편 없이 자식을 키워온 노모가 죽음을 앞에 놓고 하는 푸념은 가슴이 아프지만 노모의 코믹스러운 표정과 몸짓이 관객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간다.
이번 오구 공연은 국내 연극의 산실인 대학로에서 하는 첫 무대로 배우들도 사뭇 기대가 크다. 젊은 노모 남미정씨와 우리시대의 어머니 모습을 보여주는 강부자씨가 더블 캐스팅돼 각기 색다른 노모 연기를 보여준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강부자의 오구를, 연인과 함께 좀 더 웃고 싶다면 남미정의 오구를 볼 것을 권한다.
이번 공연기간 동안에는 영화 오구 시사회도 한다.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영화 오구 무료 초대권을 제공해 연극과 영화를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 (02)762-0010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입력시간 : 2004-10-14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