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선사와 중세 그리고 현대가 공존하는 섬 '몰타'

침묵의 거리‘임디나’

미디언 시티 내에 있는 성당 전경

몰타 힐튼호텔에서 본 해안가 전경


'지중해의 숨은 진주'로 불리는 몰타(Malta)로 가는 길은 기나긴 여정이었다. 인천 공항에서 출발,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 몰 타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꼬박 하루. 기내식만 4회나 먹는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피곤함과 지루함도 잠시, 몰타의 루카국제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지중해의 풍광을 떠올릴만한 포근함이 온 몸을 감싸안았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펼쳐지 는 풍경은 언뜻 봐도 여러 시대가 공존하는 역사의 도시임을 느끼 게 했다. 남유럽의 섬나라 몰타는 고조(Gozo), 코미노(Comino), 몰타(Malta)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40만명의 인구가 거주 하고 있고 면적은 우리나라 강화도 크기 정도로 작다. 차로 둘러 보면 한나절이면 넉넉할 듯 싶지만 매력에 흠뻑 빠져 시간을 잊기 에 충분했다. 성곽도시'임디나' 유네스코 유산'발레타' 등 도시전체가 문화재
'글래디에이터' 등 영화 촬영지…유럽의 청춘들 몰려드는 해방구
몰타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타임 캡슐(Time Capsule)'이다. 왜그렇게 불릴까. 의문은 바로 해소됐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남쪽으로 93km 지점 유럽 과 아프리카 사이 지중해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지리적 특성상 몰타는 기원 전 수세기 전부터 인류가 거주했다. 성 바울이 로마로 잡혀가던 중에 배가 난파돼 표류해 살 았던 곳도 몰타다. 전략적 요충지였던 탓에 여러 국가로 부터 침입을 받았다. 아랍의 지배 하에 놓이기도 했고 1530년에는 십자군의 근거지였으며 1789년에는 나폴 레옹에 의해 점령됐다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기도 하는 등 아픈 역사도 갖고 있다. 장구한 역사와 수 차례의 외침 흔적은 현재도 몰타 곳 곳에 놀라울 정도로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고대 로마 를 연상케 하는 건물부터 아랍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성 당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원전 3,600년경에 만 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신전 건물 등으로 도시 자체가 문화 유산이나 다름 없다. 몰타 곳곳에 산재해 있는 거석 신전(거인이 만든 신전)은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 갈정도로긴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처럼 선사 시대부 터 중세를 거쳐 현재까지의 시간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보니'트로이',' 글래디에이터',' 다빈치 코드' 등고풍스 런 화면을 담아낸 영화들도 모두 이곳을 무대로 촬영됐 다고 한다. ◇사도 바울의 흔적이 서린 기원전 도시'Mdina(임디나)' 첫 여행지로 몰타 섬 중서부에 위치한 성곽으로 둘러 쌓인 도시'Mdina(임디나)'로 발길을 옮겼다. 관광안내 소 팜플렛에는'가장 오래된 도시이며 침묵의 도로를 걷 다 보면 다른 시대로 온 듯한 착각이 든다'고 씌어 있다. 임디나는 몰타인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BC 700년 경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건설된 이 도시는 사람이 살았 던 기록은 기원전 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을 때 성곽이 건설되면서 현재의 모습 을갖추게 됐다. 임디나는 그후 몰타가 아랍의 지배를받 을 당시 붙여진 이름이다. 큰 광장인 피아자(piazza)와 카톨릭 성당을 중심으로 고대 로마를 연상케 하는 건물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건물과건물사이 에는침묵의거리 로이름붙여진자 그마한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붙어 있다. 골목을 걷 고있노라면세상 의번잡함은사라 지고 말 그대로 침묵만을느낄수 있었다.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성 바울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사도 바울이 탄 배가 난파되면서 이곳에 정착해 초기 기 독교를 전파했는데 그를 기리기 위해서 건립된 성당이다. 특히 고대 로마를 연상케 하는 고풍스런 건물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임디나 거주자들은 대부분 상류 계급 이라고 한다. 임디나를 비롯 몰타 시내 건물들은 한결같 이 석회암으로 지어진 것도 특색 중 하나다. 임디나의 또 다른 별명은'고요한 도시'. 중세 시대 몰 타 수도였던 이곳은 1700년경 성 요한 기사단에 의해 발레타(현재의 수도)가 만들어진 후 거주자들이 많이 떠 나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세 기사단의 역사가 기록된 수도 발레타 두 번째로 들른 곳은 몰타의 수도 발레타(Valletta)다. 발레타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 로건물 하나 하나가 역사그자체다. 그중빼놓을수없 는것은 십자군의 역사다. 도시를 둘러싼 견고한 성은 16 세기초십자군 3대수도사 기사단중하나인성요한기 사단(The Knights of St. John's)이 오스만제국(지금의 터키)의 침입에 대비해 만든 것이다. 제1차 십자군전쟁 당시 예루살렘을 되찾아 지키던 성 요한 기사단은 이슬람 세력에 의해 예루살렘을 빼앗기고 그리스의 로도스 섬으로 물러나게 된다. 그러다 1522년 오스만 투르크와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치열한 싸 움끝에 패해 여기저기 떠돌다 정착한 곳이 발레타다. 주 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석회암으로 견고한 성을 쌓아 기사단의 요새로 탄생시켰다. 바다에서 발레타를 멀찌감 치바라보면 지금도산위의 성곽 곳곳에 진을 쳤던 흔적 이 남아 있어 과거 치열했던 전쟁을 실감케 한다. ◇몰타의 여러가지 얼굴-유럽의 해방구 몰타의 또다른 관광 매력은 유럽의 해방구가 아닐까싶 다. 힐튼 호텔과 인근 인터컨티넨털 호텔 사이에는 계단 으로 된 조그만 골목길이 있다. 마침 이곳을 찾은 때는 금요일 밤. 서울 강남의 밤 거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수 많은 젊은이들이 가득 모여 젊음을 만끽하고 있었다. 음 식점뿐아니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클럽도 즐비했다. 스페인, 아랍등워낙 다종다양한 민족이 섞여 있다보 니거리를 가득 메운 젊은이들도 각양각색이었다. 금요일 밤을 즐기려는 젊음의 열기가 새벽 3~4시까지 이어졌다. 몰타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나라지만 유럽인들에게는 휴양과 관광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많 은 항구 도시들,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에 인접한 나라들 의 항구들로부터 페리선이 운행돼 여행객들을 실어나르 고있다. 또전세계 신혼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이름난신 혼여행지이기도 하다. 먼 거리를 날아가 짧은 일정동안 머물렀지만 몰타는 지중해의 풍광과 선사 시대, 중세, 현 대가 공존하는 여러가지 얼굴을 가진 축복받은 섬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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