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부 철강정책 혼선 “배경의혹”

◎94∼95년 설비증설때 적용기준 달라/포철 코렉스 백지화 이유없이 고로로 급선회/한보엔 코렉스권유·현대 고로불허 “우왕좌왕”통상산업부가 지난 94∼95년에 포항제철과 한보철강, 현대그룹의 설비증설 및 신규진입에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통산부는 철강업계의 설비투자 확대와 신규진입 시도가 한창이던 당시, 포철에는 계획중인 일부 코렉스(용융환원제철)를 중단하고 고로(용광로)를 증설토록 하는 한편 한보에는 코렉스 도입을 권유하고 현대그룹에는 『고로는 안된다』며 가로막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한보는 『통산부의 강권에 의해 코렉스를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산부는 『한보나 현대의 제철설비 확장이나 신규진입에 직접적으로 간여하지 않았으며 포철의 고로건설은 자신들이 경제성을 고려해 먼저 결정한뒤 통산부에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철의 제5고로 건설= 포철은 현재 가동중인 포항제철소 코렉스외에 광양제철소에도 총 3백만톤의 코렉스설비를 추가 건설키로 하고 94년 중반 통산부(당시 상공자원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95년 5월 박재윤 전 통산부장관이 광양제철소를 방문하면서 포철은 돌연 계획을 변경, 연산 3백만톤 규모의 광양 5고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코렉스 추가증설 계획을 백지화했다. 포철은 94년말까지만 해도 『앞으로 철강산업에서 대규모 고로방식의 생산능력확장은 없을 것이며 환경친화적이고 시황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코렉스설비를 통한 규모확대를 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뚜렷한 이유없이 고로 증설로 급선회한데에는 당시 현대그룹이 추진했던 일관제철사업을 견제하기 위해 정부가 포철을 「비장의 무기」로 활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포철의 5고로 증설발표에 따라 수급전망상의 공급부족을 이유로 내걸었던 현대의 사업계획이 자연스럽게 수포로 돌아갔다. ◇한보철강의 코렉스 건설= 한보철강은 정부의 강력한 권유를 받아들여 코렉스를 건설하게 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보철강의 전직 임원은 『우리쪽에서 코렉스 설비도입계획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이를 강권한 점이 도입을 결정한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한보철강은 당시 코렉스설비 도입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졸속으로 도입결정을 내렸으며 일관제철 경험이 전무한 냉연제품 생산 경력자들이 실무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보철강에서 일관제철 경험이 있는 임원급 엔지니어는 안정준 전 당진제철소장이 유일하며 안 전소장도 모든 설비계획이 확정된 이후인 94년 8월에 한보에 입사했다. 그는 최근 당진현장을 방문한 포철 관계자들에게 『입사 당시 일부 설비에 문제점을 발견했으나 이미 모든 결정이 내려진 이후여서 손쓸 방도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한상복> ◇포철 및 한보, 현대의 사업추진 일지 ▲94.7=현대 일관제철 불허(철강산업 민간발전협의회) ▲94.8=포철, 코렉스 제2기 계획(광양에 3백만톤) ▲95.2=한보의 코렉스 건설 허용 ▲95.5=포철, 코렉스 2기 계획을 5고로 건설로 돌연 변경 ▲95.6=한보, 코렉스 착공 ▲96.10=포철, 5고로 착공 ▲96.11=통산부, 현대 제철 공식 불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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