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맨이 들려주는 글로벌 스토리] <4> 일본의 키워드 화(和)

"좋은 제품" 답변은 거의 거절 표현
실례되는 말 못하는 문화 이해를


일본에는 기독교도 뿌리내리지 못했고 불교나 유교도 일본식으로 변형돼 자리잡았습니다. 아마 '일본교(敎)'가 고대부터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문화에서도 이 일본교의 핵심인 '화(和ㆍ조화)'를 체감할 때가 많습니다.

먼저 일본은 거리가 매우 청결합니다. 일본인들이 태생적으로 깨끗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휴지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 메이와쿠(迷惑), 즉 폐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화'를 깨뜨리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TV에서 보여지는 일반가정을 보면 집안이 지저분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집안 풍경은 타인과의 '화'와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예의범절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지 않은 출퇴근길에도 몇 번이나 '스미마셍' '고멘나사이(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타인을 불쾌하게 하는 행동이 '화'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여기는 탓입니다.

무엇을 해도 우리보다 '느리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현지 기업과 상담하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즉시 또는 하루 이틀 내로 결정될 사안이 몇 주나 걸립니다. 구체적으로 따지다 보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의사결정과 추진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조정 때문에, 즉 '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공식적인 의사결정 전에 충분히 '네마와시(根回しㆍ사전교섭)' 시간을 갖는 겁니다.

이 불가사의한 '화'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일본과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상담할 때 분명히 일본 기업 담당자가 '검토하겠다'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한국 기업 측에 긍정적인 답변을 주더라도 대부분은 거절의 또 다른 표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기업 담당자는 그 자리의 '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그런 식의 답변을 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인은 겉과 속이 다르다'고 단정짓기도 하는데 정작 일본 기업들은 이 같은 반응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면전에서 실례되는 말을 하느냐는 거죠. 일본인들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면 '화'라는 코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다음주 KOTRA OIS홈페이지(www.ois.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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