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들이 몸불리기에 치중했던 올 상반기와는 달리 최근 살아남기 위한 인수 및 합병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지난달 23일 하루동안 11건 650억달러의 M&A가 발표된데 이어 30일과 지난 1일 양일간 세게 최대 규모의 석유업체와 금융기관이 새로이 탄생했다.
지난 5월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이후 한동안 아시아, 러시아, 중남미를 휩쓴 금융·외환위기로 주춤했었던 M&A가 무서운 기세로 재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이뤄진 M&A의 특징은 생존을 위한 경쟁력 강화가 주 특징이다. 세계적 경제위기에 따른 막대한 경영손실과 주주들의 구조조정 압력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은 경영난 타개의 묘안으로 M&A를 선택하고 있다. 과잉설비과 유휴인력을 정리하고 생산성을 높히는데는 M&A만한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세계적 금융위기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금융기관, 수요 급감과 유가폭락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석유업체가 초대형 합병을 선도하고 있다. 1일 미국 1, 2위 석유회사인 엑슨과 모빌이 772억달러 규모에 합병, 세계 최대 석유업체로 탄생했으며 30일엔 독일 도이체 방크가 미 뱅커스 트러스트를 101억달러에 인수, 8,0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은행으로 부상했다.
합병분야가 다양해진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미 금융계는 독일 드레스너 방크, 네덜란드 ABN-AMRO은행,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 등이 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21세기 최고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도 M&A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중이다. 미 인터넷 서비스제공업체인 아메리칸 온라인(AOL)이 넷스케이프를 42억달러에 인수, 정보통신업게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에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AOL, 넷스케이프,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은 MS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복안으로 다양한 차원의 M&A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A와 거리가 멀어보이던 증권거래소에도 M&A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아메리칸 증권거래소는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와 합병,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뉴욕 증권거래소와의 경쟁에 나섰으며 유럽 8개국 증권거래소들도 최근 합병에 합의했다.
이외에도 독일 항공기 제작업체인 다사와 영국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이 합병에 나설 움직임이며 독일 훽스트와 프랑스 롱플랑(제약)이 2일 합병을 발표했다.
한편 경제전문가들은 M&A 열풍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대규모 M&A가 많아지면 일단 경쟁기회가 줄어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 상품의 질이 떨어질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M&A 기업과 관련된 국가의 정부들은 M&A의 반독점위반 혐위에 대한 실사에 들어간 상태다.
전문가들은 『합병으로 중복 업무, 과잉설비 문제가 발생, 결국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엑슨과 모빌은 합병 완료후 양사 직원의 10% 가량인 1만2,000명 정도, 뱅커스 트러스트를 인수한 도이체방크가 5,5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