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호주·뉴질랜드 중앙은행이 뒷줄서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새천년을 일찍 맞이한다는 점. 태평양 한복판의 날짜 변경선 동쪽에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새천년을 다른 나라들보다 이른 시간에 맞을 수 있는 만큼 Y2K 문제도 가장 먼저 발생할 확률이 크다. 자칫 「전세계적인 Y2K 문제를 야기한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도 높다.
특히 금융분야에서 더욱 그렇다. 촘촘하게 짜여진 전세계 금융망은 어느 한 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극동과 오세아니아 국가들이 금융휴일을 추진 중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연말·연초에 금융거래를 아예 중단시켜 다른 나라들에게 2000년의 첫거래를 넘 는 발상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국가」로 찍힐 위험성도 줄어든다.
때문에 홍콩·싱가포르 등 시간대가 다음으로 빠른 나라들이 고민에 빠졌다. 최초의 Y2K 금융사고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더욱이 이들은 국제금융 시장을 운영하고 있어 금융휴일을 지정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홍콩 등도 금융휴일을 정한다면 2000년대 첫 금융거래는 서쪽으로 밀리고 밀리게 되고 결국 지구촌을 한 바퀴 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공은 다시 극동과 오세아니아 국가들에게 넘어올 수도 있다. Y2K 금융사고의 공을 남에게 돌리기 위한 뒷줄 서기가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권홍우 기자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