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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신탁을 비롯해 경영권 분쟁을 겪던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린 21일 각사 주총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이날 가장 관심이 쏠렸던 기업은 한국토지신탁. 1대 주주인 엠케이인베스트먼트와 2대 주주인 아이스텀앤트러스트 간의 이사선임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이 예고되면서 주총장은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총장 입장 때부터 회사 측 직원과 소액주주 간 고성이 오가면서 시비가 벌어져 주총 시작도 30여분간 지연됐다. 이후 회사 측의 삼엄한 경비 아래 치러진 주총은 치열한 공방이 오가면서 4시간이 지난 오후2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주총 결과 1·2대 주주 양측은 사내외 이사 1명씩을 선임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엠케이 측이 주주제안으로 내세운 최윤성 엠케이전자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정됐으며 사외이사에는 아이스텀앤트러스트 측 후보인 전석진 법무법인 산경 변호사가 뽑혔다.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한국토지신탁 이사회 9명 가운데 아이스텀 측 이사가 6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엠케이 측도 그동안 최대주주 지위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참여를 못하다 이번 사내 이사 선임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강인원 엠케이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아이스텀 측이 경영권 참여를 못하게 온갖 방해공작을 벌여왔지만 이번에 우리 측 인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데 성공했다"며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이스텀 측에 대해 확실한 견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피시디렉트 역시 현 경영진과 2대 주주인 스틸투자자문이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을 놓고 표대결을 벌였다. 스틸투자자문이 제기한 서대식 현 대표이사의 해임안이 부결됐으며 기존 경영진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내이사가 재선임에 성공했다.
당초 스틸투자자문이 피시디렉트 지분 39.24%를 보유하면서 서 대표 측의 지분 24.58%에 크게 앞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스틸투자자문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170만주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면서 표대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이는 스틸투자자문이 지난해 피씨디렉트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던 중 주가조작·공시위반 등 위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물량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걸린 것.
서대식 피시디렉트 대표는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지며 지난해 본연의 업무인 사업에 집중하지 못해 실적이 줄어들었다"며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리스크가 해소된 것으로 보여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소액주주들과 마찰을 빚어온 대창단조 역시 사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연합해 계열사 M&A와 액면분할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표대결 결과 이들이 제기한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