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방미, 치밀한 사전준비를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달 11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대통령으로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최초의 미국방문길에 오른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중 워싱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정치 금융 산업의 중심지를 들러 부시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상하원 의원, 금융인 기업인 등과 폭 넓은 대화를 갖는다. 노대통령의 방미는 시기와 내용 모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우선 시기상으로는 미국의 대 이라크전쟁이 사실상 끝난 뒤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문제를 이라크 다음으로 중요한 안보적 과제로 삼고 있다. 그래서 시기의 중요성은 내용의 중요성으로 직결된다. 한미정상회담의 최대이슈는 북한의 핵문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정부의 노 대통령에 대한 기본 인식은 대선 기간 중에 표출된 그의 미국관과 북한 핵의 인식에 대한 의구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선 후 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오해의 상당부분은 해소된 상태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3차례에 걸친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동맹을 재확인 했다. 한국정부는 이라크전쟁에 참가한 미ㆍ영계 국가 이외에선 유일하게 파병을 결정했고, 국회가 이를 승인함으로써 한미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북한 핵 문제도 핵 자체 보다는 한미간의 갈등에 더 큰 원인이 있었다는 점에서 양국정상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하는 것이 북한 핵 문제를 푸는 열쇠다. 내용의 중요성에서 둘째는 경제외교적인 측면이다. 방미를 통해 노 대통령은 자신이 시장주의자임을 미국의 조야에 인식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경제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증진시키는 것은 대한 투자유치는 물론 국가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다. 이라크 전후복구사업 참여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방미일정이 월가의 금융인,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과의 만남에 중점이 두어진 것이나, 민간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의사표현의 기술에 관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토론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다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솔직한 대화방식으로 인해 그 동안도 많은 구설수에 올랐다. 국가관계에서 대통령의 설화는 자칫 외교적인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조야는 잔뜩 의구의 눈초리로 노 대통령의 방미를 바라 볼 것이다. 작은 실수 하나로도 노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굳어질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오해를 불러올 소지를 없도록 신중하고 정제된 언어구사를 해야 할 것이고, 실무진들은 성공적인 방미가 되도록 철저히 사전준비를 해주기 바란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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