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 수록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전문가들은 24일 반도체 통합법인 경영주체로 현대가 선정됨으로써 반도체 빅딜의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졌지만 앞으로 남은 통합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사결과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너무 다를 뿐아니라 설사 LG측이 이번 평가결과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통합 절차상의 문제 등 완전통합을 이루는데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발표에 대한 업계의 여론도 「평가과정과 절차상 문제가 많다」, 「반도체를 빅딜대상에 포함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사전에 결정된 각본대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향후 통합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LG와 현대의 입장이 너무나 다르다= LG는 24일 ADL의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ADL의 보고서는 평가기준 및 방법에 대한 사전합의와 실사·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관련 당사자 일방을 배제한채 독단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면서 이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는 이에 대해 『LG 및 관련기관과 협의해 통합절차와 방안을 조속히 확정하겠다』고 천명했다.
LG는 특히 『아직까지 경영주체 선정을 위한 평가는 끝나지 않았다』며 진행형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현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세계적인 권위의 평가기관이 한 이번 평가에 LG는 순응하고 즉각 통합에 임해야 한다』는 완료형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로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정반대의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합절차상의 문제도 많다=통합법인의 지분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ADL은 24일 현대와 LG가 당초 합의한 통합법인의 지분을 7대3으로 하는 방안외에 경영주체가 100%의 지분을 갖는 방안과 채권은행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51%의 지분을 갖고 현대와 LG가 각각 24.5%를 보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DL의 의견은 통합법인 설립을 원만히 하기위한 수순에 불과할 뿐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LG측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당초 합의했던 지분율(7대3)은 변경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LG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LG와 현대가 같은 지분을 갖게 될 때 발생한다. 당장은 평가결과대로 현대측이 경영권을 행사하겠지만 앞으로 양측이 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힘겨루기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형자산에 대한 실사와 해외자회사의 처리문제도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의 평가에 있어 서로간의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실사대상에 해외현지법인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통합과정에서 해외현지법인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측은 현대의 해외현지법인 경영상태가 극히 부실하다고 주장해왔다.
종업원과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문제다. 이번 결정에 따라 LG반도체 임직원들은 물론 주주들의 반발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실제로 24일이후 LG에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전화가 쇄도해 업무를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밖에 기술제휴선과 거래선과의 마찰, 독과점에 대한 미국의 문제제기 등도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지배력이 더욱 커진 거대 D램업체 탄생에 대한 해외업체의 견제나 독과점 문제, 통상압력 등 각종 부정적인 모습도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진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