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이익 연구개발에 쓰라

우리 경제의 위기극복을 상징하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낮은 수익률은 우리 대기업의 고질병이었다. 투자한 만큼 이익을 뽑지 못해 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결국 환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 대기업들은 불과 2년만에 괄목한 만한 체질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환란의 뼈아픈 대가를 치르며 얻어낸 흑자경영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사상최대 흑자의 배경에는 저금리·엔고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구조조정의 결실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4대 그룹의 구조조정 실적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산매각, 외자유치, 상호지급보증 해소, 계열사 정리 등 재무구조개선의 모든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비주력 및 중소기업형 사업을 정리하지 못한 그룹이 대부분이다. 내년 이후에도 수익성 향상을 지속하려면 구조조정의 채찍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일부 그룹의 전계열사가 올해 사상 최초로 흑자를 기록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과거 선단식 경영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반영한다. 몇년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는 계열사는 사실상 존재가치가 없다.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 옳다. 구조조정의 방향은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올들어 주력계열사의 사업비중이 크게 높아졌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적어도 4대 그룹이라면 핵심부문에서 수년 내 세계 상위수준의 계열사가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부문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사상 최대규모의 순이익이 부당내부거래에 의한 부실계열사 지원과 비효율적인 분야에 낭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상최대의 순이익은 반도체·LCD·휴대폰 등 효자상품의 개발 덕분이다. 기술개발투자 및 인재양성에 집중투자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부채비율 200%를 맞추느라고 미래에 대한 투자여력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미국·일본 등 세계 일류기업의 경우를 보더라도 건실한 재무구조는 국제경쟁력 확보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세계 일류상품의 개발과 핵심분야에 초점을 맞추면 대기업의 투자여력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원화강세 등으로 내년에는 무역환경이 악화될 전망이다. 그럴수록 4대 그룹이 제몫을 해야 한다. 4대 그룹이 경제도약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