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외톨이 신세'된 한국 외교

美와 AIIB 가입 대립… 中과 사드 배치 갈등
日과는 과거사 마찰
美·中 힘겨루기에 눈치 속 美·日은 신 밀월시대 돌입
'자기주도 외교' 출구 찾아야


한국 외교가 깊은 딜레마에 빠지며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대국굴기'를 내세운 중국과 '아시아로의 회기'를 기치로 내건 미국이 동북아에서 경제·안보 패권을 확대하며 용호상박(龍虎相搏)의 혈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 일본과는 과거사 인식 등을 놓고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남북관계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며 지루한 대립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 신밀월관계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상하 양원에서 합동연설도 하는 등 미국과 일본이 새 시대를 예고하고 있어 우리 외교의 현주소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김형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균형외교는 한계에 달했고 대일·대북 관계의 피로도도 누적되고 있다"며 "스스로 외교목표를 확실하게 정하는 자기주도 외교(self-directed diplomacy)를 통해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년간 쌓아온 한중 신뢰외교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우리도 북한 핵 억지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중국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북한 핵 해결을 위해서는 사드 배치 등 한미동맹을 한층 공고히 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해야 하지만 이는 한미일 군사동맹 확대를 우려하는 중국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온다.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해 '3NO(미국의 요청도 없고 협의도 결정도 없다)' 정책을 고수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고민의 일단을 보여준다.

전통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미국의 간곡한 부탁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 멤버로 가입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상태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해 중국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다자협력 체제다. AIIB 가입은 한국이 미국 경제패권에서 궤도수정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다 자칫 맹방인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금이 갈 수 있는 어정쩡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미국은 한일관계 냉각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탐탁지 않게 여겨 우리 외교의 고민이 깊다. 지난 3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위안부 문제와 역사 교과서 내용, 해역 이름 등을 놓고 한중일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이해는 하지만 실망스럽다"고 언급한 것은 한일관계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한미일 동맹과 협력을 강화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고 6자회담을 정상화해야 하지만 한일관계는 역류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4강 중 아베 총리와만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정도로 냉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자기주도 외교를 하지 못하고 국제정세에 끌려가면서 딜레마에 빠지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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