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자동차부품업체 재편 불가피대우자동차 국제입찰 우선협상대상자 공식발표를 사흘 앞둔 지난 26일, 자동차 부품업체 사장들이 급히 모였다. 소집 주체는 현대자동차 납품사들이 주축이 된 「한국자동차부품산업생존대책위원회」. 생대위는 27일 르네상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우차 해외매각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대우자동차 납품업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우자동차협신회」는 『현대-다임러의 대우차 인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했다.
◇부품업체 장기 판도 바뀐다=현대납품사와 대우납품사의 상반된 움직임은 국내부품사의 완성차에 대한 충성도와 의존도의 수준을 드러낸다.
삼성차의 르노매각과 함께 대우차마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포드로 넘어갈 공산이 커지면서 좋든 싫든 외국업체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결국 기술력이 기업의 명멸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부품업체들은 매년 부품공급단가를 3~7%씩 낮춰가는 현실에서 글로벌 소싱이 일반화된 해외기업이 들어올 경우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은 『직수출시장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납품관행의 변화도 빠질 수 없다. 외국자본을 유치한 A사 관계자는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고 접대관행이 보편화된 국내 납품문화는 머지않아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제는 기술력이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단언했다.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의 관계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제휴 활발해질 듯=국내 부품업체의 기술력 대비 가격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B사 C사장은 『외국업체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면 늦어도 수개월 내에 틀림없이 한국업체에 생산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온다』고 말한다. 이미 한국업체는 제품의 생산능력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델파이·비스테온 등 부품업체들이 한국 시장진출을 추진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기술력 있는 국내업체와 세계적인 업체와의 기술제휴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단언한다. 세계의 기술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한국업체와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확보해야 하는 외국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
그러나 이 구조는 한국이 영원히 단순 생산기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C사장은 『국내업체들의 기술개발 노력은 필수적』 이라며 『전략적인 차원에서 국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아직 영세한 국내부품사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신소재 개발을 독자적으로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맹호기자MHJEONG@SED.CO.KR
입력시간 2000/07/0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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