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지난 9월 서울 본사에서 지역으로 발령이 났다. 회사에서 지역에 몇 년을 머물 숙소를 얻어줬지만 업무상 서울도 오간다.
서울에 살던 집은 그냥 뒀다. 문제는 밥. 전기밥솥을 들고 오자니 서울 생활이 불편하고 새로 사자니 20만~30만원 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밥이 남으면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 것도 걱정이다.
그래서 A씨는 서울 집에 있던 전자레인지만 숙소로 옮겨 즉석밥인 햇반을 데워 밥을 먹는다. 일주일에 200g씩 6개입 햇반을 먹으니 일 년(52주)에 62.4㎏이나 된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가공용 쌀 소비가 올해 처음 연간 10㎏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공용 쌀은 주로 즉석밥과 떡볶이용 떡, 과자 등에 사용된다.
1인당 평균 가공용 쌀 소비는 지난 2009년 5.4㎏에서 2011년 7.9㎏, 지난해에는 9.2㎏까지 늘어나 연간 평균 0.95㎏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전체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서도 가공용 쌀소비는 1인 가구 급증 등에 힘입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가정에서 해먹는 이른바 밥쌀과 가공용 쌀을 모두 합친 전체 쌀 소비는 지난 2009년 79.4㎏에서 지난해 76.4㎏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밥쌀용 소비가 74㎏에서 67.2㎏까지 6.8㎏나 줄어든 게 컸다.
1인당 밥쌀 소비는 올해 65.8㎏, 내년은 64.4㎏까지 더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하지만 1인당 가공용 쌀소비는 같은 기간 3.8㎏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전체 쌀 소비 감소폭도 줄었다.
가공용 쌀 소비가 느는 것은 간편식인 즉석밥, 프랜차이즈 떡볶이 등을 많이 찾는 1인 가구 증가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통계청은 2009년 394만명이던 1인 가구 수는 올해 489만명, 내년은 506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공용 쌀 수요는 2009년 연간 26만8,000톤에서 2011년 40만2,000톤, 지난해에는 47만1,000톤으로 매년 5만750톤씩 증가했다. 즉석밥의 주원료로 쓰이는 햅쌀 수요도 2009년 14만1,000톤에서 지난해 22만톤, 떡과 중간품질 즉석밥의 원료인 구곡 수요도 같은 기간 40배 급증했다.
1인당 가공용 쌀 소비가 밥쌀 소비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13.7% 수준이지만 가구 형태 변화 등으로 증가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밥쌀용 쌀 소비가 줄고 가공용 쌀 소비가 가파르게 늘어 올해 1인당 소비량이 10㎏을 넘길 수 있다"며 "일본과 비슷한 인구구조 변화로 1인 가구가 늘며 즉석밥 등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