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12] 한국경제, 금융혁신·규제 조화 땐 수년내 유럽 추월할 것

[SESSION1 : 경제·금융 ] ■ 기조강연 1 :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
JP모건 같은 세계적인 IB도 탄생 가능
검증된 이론 시행·새 이론 실험 병행을


"한국 경제는 투자환경이 자유로운 만큼 금융시장을 적절히 규제만 한다면 세계적인 투자은행(IB)도 나타나면서 수년 안에 유럽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0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에릭 매스킨(사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서울포럼 2012' 둘째 날 경제ㆍ금융 세션 연설에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브릭스(BRICs) 국가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투자환경이 조성된 한국 경제가 정부의 적절한 규제만 뒷받침된다면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는 유럽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혁신과 금융당국의 규제 간에 조화가 이뤄지면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 IB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스킨 교수는 경제발전의 핵심으로 유망한 사업 아이디어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 그에 따른 리스크 전염을 막을 수 있는 정부의 적절한 규제 등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한국은 투자와 규제 간 조화를 이룬 미국과 규제만 과도한 브릭스의 중간에 위치한 국가"라면서 한국만의 접점을 찾아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ㆍ인도 등 브릭스 국가의 중간쯤에 위치한 만큼 새로운 실험을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는 이미 검증된 경제이론을 실천하며 지난 수년간 8% 이상의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미국은 새로운 이론을 실험하느라 성장률이 1%대에 머물렀다"며 "지난해 경제성장률 3.6%를 기록한 한국은 이제 검증된 이론을 그대로 시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론에 대한 실험도 병행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위기의 원인은 유로화 도입으로 통화ㆍ환율정책이 묶인 데서 기인한 게 아니라 유럽 각국의 재정정책이 통일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내놓았다. 그는 "유로존 출범 당시 금리 등의 통화정책은 각국이 통일했으나 세금과 정부 지출 등 재정정책에 대한 합의는 이뤄내지 못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재정정책을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흔들리고 있으나 세계의 패권을 쉽게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좋은 아이디어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금융 선진 국가이지만 정부 규제가 미흡했다"면서도 "2008년 이후 정부의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JP모건의 20억달러 투자액 손실 등으로 규제의 필요성이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투자와 규제 간 조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