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송원표 효성중공업연 부장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송원표 부장은 두꺼비집을 만든다. 세상에서 제일 큰 두꺼비집이다. 축구장 5배 정도 크기다. 요즘 일반 가정의 두꺼비집에는 「NFB」(NO FUSE BREAK)라는 장치가 있다. 전기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탁」 소리와 함께 스위치가 자동으로 내려가는 장치다. 바로 차단기다. 전기 사용량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합선이 일어나면 차단기가 작동한다. 전류의 흐름을 끊는 것이다. 더 큰 고장이나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녹아 끊어진 퓨즈를 새 것으로 갈아 끼워야 했다. 하지만 이젠 스위치만 다시 올리면 된다. 宋부장이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변전소에서 사용하는 대형 차단기(두꺼비집)다. 그가 처음 차단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입사한 뒤 부서 배치를 받으면서부터. 宋부장는 『처음엔 대학의 전공(원자핵공학)과 달라 기계를 대하는 게 무척 낯설었다』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에디슨 같은 위대한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그였다. 99%의 노력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각오로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차단기분야를 개척해 왔다. 그는 차단기와 가스절연 개폐장치(GIS)를 개발하면서 시험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362㎸급과 765㎸급(정격전압 800㎸) 차단기와 GIS는 기존에 사용해 왔던 방법으로 시험을 실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라는 명성에 맞게 치러야할 산고(産苦)였다. 초고압 전력기기를 개발하려면 기초설계→-검증→상세 제작 설계→성능확인 시험→수정 보완→공인기관 개발시험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공인기관 개발시험은 모든 시험항목 가운데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기기 개발 시험에 합격할 수 없는 매우 엄격한 과정이다. 그런데 국내 시험설비로는 용량이 부족했다. 따라서 宋부장은 새로운 시험방안을 고안해 가며 성능을 검증해야 했다. 특히 단락 관련 성능은 해외에서 시험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해외시험소도 모든 시험항목을 규격에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해외시험소 가운데 가장 가까운 조건을 갖춘 곳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한 이탈리아의 중앙전기시험소인 CERI에서 성능확인시험을 실시했다. 또 800㎸급 GIS는 CERI까지 운반하는데만 한달 가량 걸렸다. 덩치가 너무 커 비행기에 싣지 못하기 때문. 따라서 시험기간 40일을 합치면 성능확인에만 꼬박 100일이 걸리는 셈이다. 宋부장은 97년 7월 29일을 잊지 못한다. 362㎸ GIS를 CERI에서 시험할 때다. 마지막 시험을 실시하던 중이었다. 낮에 부품을 점검하고 밤에 시험을 치르며 강행군을 하던 중 사고가 생겼다. 새벽 3시께 「평」 하는 소리와 함께 탱크가 터진 것이다. 분명히 밤이었는데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부품이 녹아 엉망진창이었다. 불합격이었다. 사고의 원인을 살펴보니 볼트 하나가 완전히 조여지지 않았다. 「휴먼 에러」(HUMAN ERROR)였다. 밤잠을 설치며 강행군하다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CERI측은 기술적 결함이 아니니 해당 항목만 다시 시험을 보라며 위로했지만 宋부장의 귓가에서 맴돌뿐이었다. 그는 결국 재시험을 보고 합격인증을 받는데 10개월 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 때 宋부장은 큰 일을 해냈다. 당시 엄격했던 한국전력공사의 규정을 바꾼 것이다. GIS의 사용자인 한국전력공사는 시험중 불합격한 기기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 않는 규정이 있었다. 전체 시험 가운데 하나라도 잘못되면 모든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하는 규정이었다. 宋부장은 한전측에 기술적의 결함이 아니라는 근거를 제시하며 끈질지게 설득한 끝에 불합리했던 규정을 바꾼 것이다. 그 뒤 바뀐 규정에 따라 경쟁사도 덕을 봤다. ◇약력 58년 전남 고흥 출생 81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85년 효성중공업 입사 86년 일본 히타치제작소 기술연수(2년) 91년 경남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과 석사 93년 179㎸ GIS 개발 94년 전기학회 기술대상 수상 98년 362㎸·765㎸ GIS 개발, 전기학회 기술상 수상 99년 효성중공업연구소 부장(수석연구원) 김성수기자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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