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테이퍼링 착수] 당장은 경기 회복 위협하겠지만 장기적으론 수출 증가

■ 한국경제 영향은
달러 강세로 환율 출렁… 엔·달러는 104엔 진입
미국 경기 회복 본격화… 국내시장 자금 유입 기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결정에 따른 후폭풍으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0원 넘게 급등하는 등 서울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달러 강세에 따른 영향이다. 그만큼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개시가 유동성 축소라는 측면에서 한국 경제의 회복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데 동의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기회복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내놓고 있다.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세계경기의 회복을 견인하면서 국내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일본 추가 부양책에 따른 가파른 엔화약세는 우리 경제에 적잖은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잠잠하던 환율, 구두개입에 '급등'=19일 서울 외환시장은 이날 새벽 미국 FOMC의 100억달러 규모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파장에 숨죽이며 장을 시작했다. 오전 중 원·달러 환율은 전일 미국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면서 '예상대로' 1,050원대 중반에서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수입업체 결제수요가 유입되고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참가자들의 달러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환율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결정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린 것은 엔·달러 환율이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엔화약세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언급하면서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 엔·달러 환율은 도쿄외환시장에서 오후3시 현재 달러당 104.13엔에 거래되며 104엔대에 진입했다. 원·엔 재정환율로 따지면 100엔당 1,018원5전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엔화절하 속도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며 "엔·원 쇼트플레이(엔화 매도, 원화 매수)에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엔화를 사고 원화를 팔면서 원·달러 환율이 밀려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세계경기 회복 본격화…엔저에 발목 잡히나=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양적 완화 축소에 나선 것을 미국 경기개선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출구전략 시행으로 인한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은 제한적이고,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도 낮다"며 "국내 금융시장에는 해외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수출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우리의 대미 수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우리 대미 수출은 2.97%포인트, 우리 전체 수출은 1.4%포인트 증가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자동차(19.4%), IT(14.9%), 기계(12.5%)는 선진국 수출시장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향후 환율은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점쳐졌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아래로는 1,050원에서 막히고, 위로는 오늘 장중 고가인 1,062원 선에 막힐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지표와 외국인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엔화다. 일본은행은 2% 물가안정 목표를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장기국채를 대규모 추가 매입하는 등 엔화약세 흐름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 4월 소비세 인상도 엔·달러 상승 요인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버거워질 수 있다.

해외투자가들 역시 한국보다 일본시장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선진증시에 쏠려 있거나 단기부동화됐던 글로벌 유동성이 조금씩 신흥시장으로 누수되면서 나라별 펀더멘털에 따라 차별화된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은 엔·달러 환율이 체크포인트인데 9~10월과 같은 차별화 수혜의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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