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증시 우울한 마감

새천년 첫증시 우울한 마감 주가지수 1년새 반토막 시가총액 240조 허공으로 새 천년 첫해인 2000년 증시의 마지막 날인 26일 증권사 객장은 뚝 떨어진 바깥 기온 만큼이나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날 객장에 모인 투자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정말 기억하기 싫은 한해였다" "그래도 그만하면 선방한 것"등의 얘기를 나누며 납회일이라도 전광판이 빨갛게 물들길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증권 광화문지점을 찾은 한정호(52ㆍ서울 종로구 사직동)씨는 "꼭 1년전 1,000을 넘었던 주가가 오늘은 500에 턱걸이 하고 있다"면서 "새 밀레니엄에 들떠있던 지난해와 너무도 다른 분위기에서 연말을 맞아 착잡하다"고 말했다. 회사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박주섭(32ㆍ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올 한해에만 투자한 금액의 80% 이상을 까먹어 증시에서 빠져 나오지도 못하고 더 투자할 수도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며 "올 증시가 1,500 이상 갈 것이라고 장담했던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냐"고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증시가 이보다 더 나빠질 순 없다"면서 "새해 1분기만 지나면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 되고 미국 경제도 연착륙에 성공해 우리증시가 올해 움크린 만큼 멀리 뛸 것"이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금년은 증권사 직원 등 증시 관계자들에게도 '최악의 해'로 기억에 남았다. 부국증권 리서치팀의 이동흡 부장은 "오늘 시가총액이 213조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240조원이 공중으로 날아갔다"면서 "그 만큼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올해 증시가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금융구조조정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져 증시에 자금유입이 끊긴 탓"이라면서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심으로 우리 증시가 저평가 됐다고 아무리 외쳐도 수급 때문에 주가가 계속 곤두박질칠땐 이 직업에 대한 회의마저 들었다"고 2000년을 회고했다. 메리츠증권 반포지점의 김기석 과장은 "투자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일들이 너무 많은 한해였다"고 회고하고 "증시 사이클상 한해에 주가가 맣이 빠지면 다음해에는 어느정도 회복하는 만큼 내년증시는 어둡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다음달 미국의 금리인하가 발표되고 우리정부에서도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 단기 유동성장세가 펼쳐져 자금 선순환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모쪼록 새해엔 증시전광판이 모두 빨갛게 채워지길 기대한다"고 소망을 말했다. 이날 증시관련 인터넷사이트에도 납회일을 맞는 개미투자자들의 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ID kreat77)은 "꼭 1년전 모든 증시분석가들이 밀레니엄 퍼레이드를 외치면서 환상적이라고 하였기에 개인투자가들은 물독이 새는 줄도 모르고 투자하였다"면서 "이후 1년 내내 증권시장은 총체적 붕괴과정을 거쳐 투자가들에게 심리적 공황만 던져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네티즌은 (ID 우스비) "지금 어렵더라도 인내하면 새해엔 틀림없이 올해보다 투자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며 "하루하루에 연연하지 말고 대박의 꿈이 아닌 건전한 마음으로 투자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새해 희망을 전했다. 최석영기자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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