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은 설명 필요 없어… 보는 대로 이해하면 그만"

추상미술 선구자 유영국 10주기 특별전


"추상은 말이 없다. 설명이 필요 없다. 보는 사람이 보는 대로 이해하면 된다."

일생 동안 추상만을 고집해온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이 남긴 말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10주기'전이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18일 개막해 다음달 17일까지 한달간 열린다. 2005년 열린 3주기 전시 이후 7년만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갤러리현대가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에 이어 4번째로 기획한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전이기도 하다.

자연의 형상을 간략하게 추상화 해 강렬한 원색과 보색의 대비로 표현한 유영국의 작품 세계에는 그 어느 서양미술사조로도 설명할 수 없는 독창성이 있다. 1916년 강원도 울진에서 태어난 작가는 틀에 얽매인 교육방식을 피해 진보적인 동경문화학원 유화과로 유학을 떠났다. 그의 기하학적 추상성은 이 시기에 자리잡았다. 귀국한 유영국은 1947년 김환기ㆍ이규상과 '신사실파'를 조직해 한국 최초의 추상 지향적 모더니즘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나자 작가는 어쩔 수 없이 절필하고 멸치잡이, 양조장 운영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유영국은 1958년을 기점으로 10년간은 '추상표현주의 시기'로 색채 자체로만 모든 것을 표현했으며 이후 1972년까지는 기하학적으로 면을 분할해 원색을 강조한 엄격한 '기하추상'의 시기를 형성했다.

왜 유영국은 '오직 추상' 만을 고집했을까? 작가는 식민성과 봉건주의를 탈피해 근대로 나아가는 시대적 흐름을 추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이후 전쟁을 거쳐 민주화와 산업화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그는 이념적 자유를 엄격한 색과 선으로만 보여주었다. 특히 동양 산수화의 정신성을 서양미술사조에 편입되지 않는 한국적 추상성으로 확립한 것은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작가는 평생을 두고 산을 주제로, 유화를 중심으로 8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소장자들이 작품에 갖는 애착이 큰 편이어서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적어 시장 거래물량은 적은 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대별 대표작을 중심으로 총 6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02)5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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