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9일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34%로 조사 대상 41개국 가운데 중하위권인 26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이전 조사였던 2007년(24%)에 비하면 10%포인트나 상승했지만 OECD 평균(4.1.8%)보다는 여전히 크게 떨어져 있으며 국민 10명당 7명은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이 기간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재정위기를 겪은 이른바 'PIGS' 국가들의 정부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수준은 경제력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 신뢰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한국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 27%(2013년 기준)는 조사 대상 중 뒤에서 네 번째였다. OECD 회원국 평균 54%에 비하면 딱 절반 수준이었고 한국보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국가는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3%) 등에 불과했다.
OECD의 이번 조사가 의미 있는 것은 정부가 노동·공공 등 4대 구조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조사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기 전인 2014년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환자가 거쳐 간 병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각종 괴담이 횡행하기도 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시장경제가 고도화하면서 노동·자본을 넘어서는 경제성장의 제3요소로 정부 정책, 법, 제도 등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는 사회적 자본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간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8·6대국민담화에서 호소한 4대 구조개혁도 결국 지지부진한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정부 정책을 믿지 않는 현 상황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4대 구조개혁도 정부만의 외침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