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에서도 순항했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신흥국가들은 최근 비등하는 전세계 더블딥 우려에서도 멀찌감치 비켜나 있다. 인도 등 일부 아태 국가들은 올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들은 현재 기준금리 인상을 적극 검토하거나 실제로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인도 경제는 지난 2ㆍ4분기에 8.8%(전년 동기 대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2년 6개월 래 최대로 성장했다. 지난 1ㆍ4분기의 성장률 8.6% 보다 0.2%포인트 높은 것이다. 인도 경제는 중국과 달리 수출 비중이 GDP의 20%미만에 불과해 현재의 고속성장은 활발한 소비 등 내수요인에서 비롯돼 주목된다. 인도의 고속성장은 물가상승의 수반이 불가피하다. 대표적 물가지수인 도매물가지수(WPI)는 올 들어 9~11%대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는 지난 1월 3.25%였던 기준금리를 4차례 인상해 현재 4.5%까지 끌어올렸지만 치솟는 물가를 제압하기에는 힘겹다는 지적이 많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지난 8월 연례 보고서에서 "최근의 인플레이션 지속은 단기적으로 성장과 인플레 간의 균형유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물가통제가 정책목표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베트남도 올 들어 7~9%대의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인플레이션 방어에 고심하고 있다.다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아직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상황. 베트남 정부는 대신 최근에 외국기업들의 판매물품을 대상으로 인위적인 가격통제를 실시하는 강경책을 단행키로 했다. 베트남은 산업생산 증가와 수출호황 등에 힘입어 올해 6.7%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자원부국' 호주도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천연자원 수입급증을 등에 업고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호주 경제는 지난 2ㆍ4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2%(전분기 대비) 성장했다. 전년 동기 기준으로는 3.3% 성장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호주가 올해 3%대 성장을 하고, 내년에는 이보다 좀 더 높은 4%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경제의 이러한 확장세는 지난 5월 이후 중단된 기준금리 인상조치에 다시 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을 낳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10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이후 추가로 4차례나 인상을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