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르네상스를 열자] 소액주주 대표소송제

지난 7월 제일은행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대기업 임원들사이에「임원배상 책임보험」이라는 보험상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액주주의 대표소송제로 임원이면 누구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이 보험은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보험사가 대신 손해배상금과 소송비용을 물어주는 상품이다. 이 보험이 지난 91년 처음 개발됐을 때만 해도 계약실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기업들의 단체가입은 물론 임원 개개인들의 문의 및 가입도 급증하고 있다. 이 사건이 기업 임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당시 서울지법 민사합의 17부는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소송을 받아들여 이철수(李喆洙) 전(前) 은행장 등 제일은행 임원 4명에게 원고측이 요구한 400억원 전액을 배상토록 판결했다. 신용이나 회수가능성, 담보 등을 충분히 살펴야하는 이사로서의 임무를 회피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전망도 불투명한 한보그룹에 거액을 장기대출해 피해를 입힌 만큼 손해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판결요지였다. 이 사건은 당시 경영진의 전횡과 독단에 소액주주들이 대항해 이긴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의 현실에는 지배주주의 전횡과 독선만 있었고, 다수의 소액주주 목소리는 비집고 들어설 틈새조차 없었다. 소액주주들은 더욱이 사실자체에 대한 정보접근조차 막혀 있었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알게모르게 피해를 입어 왔고, 제일은행 소액주주들의 승소사건이 특별히 주목을 끈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소액주주활동과 대표소송제가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부정적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재계는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소액주주들의 소송을 봇물터지게 하는 도화선이 되지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기업들의 우려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주의 관심은 주가동향과 배당률이 얼마나라고 할 수 있다. 회사경영이 마음에 안들면 주식을 팔아치울 수도 있는 입장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기업을 단기업적주의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고, 기업은 긴 안목으로 해야할 투자를 하지 못하는 폐혜를 낳을 수 있다. 주식 1주만 갖고 있어도 대표소송이 가능한 미국의 경우 이미 이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요건이 과거에는 전체 주식의 0.5%(자본금 1,000억원 이상)를 가져야 했지만 최근에는 0.005%만 취득해도 가능하도록 대폭 완화됐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주식을 모아 대표소송을 할 수 있게 된만큼 대표소송제가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우려다. 장일형(張一炯) 삼성전자 상무는 『최근 소액주주를 대신한 시민단체가 선의의 주주입장보다는 대기업타파라는 경직된 사고에서 관례상 인정됐던 경영문제까지 대표소송을 제기하면서 적지않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94년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제공건은 잘못한 경영행태기는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것이었고, 이미 법원판결까지 난 과거의 일인데 굳이 이것을 들쳐내 소송까지 제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런 소송들이 진정 소액주주들을 위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한 건 뜨리기」식의 폭로주의와 무차별적인 대표소송이 주류를 이루면서 대부분 무혐의처리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활동이 소액주주보호라는 당초의 취지에 벗어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너무 소액주주의 권익만 강조되다보니 정당하게 인정돼야 할 대주주의 권익이 침해되는 것도 개선돼야할 문제점이다. 최승노(崔勝老) 자유기업센터 기업연구실장은 『소액주주와 대주주간의 문제는 1%와 99%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전체를 위하는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과 같다』며 『1%가 99%의 이해를 해칠 수 없도록 소액주주의 소송권은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해야한다는 점에선 소액주주의 대표소송권을 인정하지만 소액주주권에도 경제논리를 적용해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액주주에 대한 무제한적인 보호는 시장원리에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또 소액주주들 스스로 권익을 찾으면서 경영활동에도 장애가 되지 않는 절충방안을 찾아주길 원하는 게 재계의 바람이다. 엄기웅(嚴基雄) 대한상의 조사이사는 『우리 기업 사상 이제는 소액투자자들도 권익을 찾아야할 때가 됐지만 무너져버린 경제의 재도약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경제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며 『급진적인 활동보다는 상호도움이 되는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의 권익만을 강조하다가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경영이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거나 IMF위기극복이 지연되는 사태를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주문이다. <특별취재팀 김회중 차장(팀장), 이용택.권구찬.한상복.백재현 기장> <<'트루먼쇼' 16일 무/료/시/사/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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