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그후 10년] 뒷북치기 바쁜 금융감독기관

"제도는 선진국 수준 위기땐 무방비 상태"
카드 대란·가계부채 증가등 한발 늦은 정책에 禍만 키워
전문·효율성 갖추지 못하고 '밥그릇 챙기기' 만 열올린 탓

[외환위기 그후 10년] 뒷북치기 바쁜 금융감독기관 "제도는 선진국 수준 위기땐 무방비 상태" 카드 대란·가계부채 증가등 한발 늦은 정책에 禍만 키워전문·효율성 갖추지 못하고 '밥그릇 챙기기' 만 열올린 탓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금융감독기구들이 형식적인 감사로 카드 대란을 예방하지 못했다."(2004년 7월16일 감사원 발표) 지난 2002년 카드 사태는 김대중 정부의 인위적인 내수 부양이나 재경부의 정책 실패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금융감독 시스템의 실패도 지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외환위기의 책임은 부실한 금융감독 시스템에 있다"는 금융감독원 발표(99년 1월20일)처럼 금융감독 시스템의 미비는 97년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더니 또다시 40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으로 꼽힌 것이다. 한마디로 금융감독의 비효율성이 우리 경제를 반복적인 위기를 몰아넣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외환위기를 겪은 탓에 한국은 선진국 못지않은 금융감독제도를 갖췄다. 금융산업의 겸업화ㆍ복잡화 등으로 통합 금융감독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98년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했고 99년에는 은행감독원ㆍ증권감독원ㆍ보험감독원 및 신용관리기금을 통합해 금감원을 설립했다. 이들 기관은 인가권이나 제재권 등 포괄적인 감독권을 보유,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금융계의 검찰'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실은 빈약한 형편이다. 사전적인 예방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금융위기 때 '뒷북치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강동수 KDI 연구위원은 "금융감독 시스템이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미리 포착해야 하는데도 새로운 충격에는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집값 폭등 및 가계부채 증가이다. 물론 이는 전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에다 정부의 잇따른 실책 탓도 있지만 금융감독당국도 초기 주택담보대출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비켜나갈 수 없다. 더구나 뒤늦게 강도 높은 대출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다 보니 이제는 가계 파산과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예금은행이 해외에서 단기로 빌려온 외화가 주택담보대출 재원 등으로 운용되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채질했다"며 "금융통화당국이 뒤늦게 창구 지도에 나섰지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감독당국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추기 못하면서도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통합 금융감독기구가 출범했지만 금감원의 경우 과거 기관별 감독체제를 유지하면서 은감원ㆍ증감원 등의 4개 기관의 출신별로 간부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방화ㆍ글로벌화ㆍ겸업화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금감원 간부들의 비리가 속출하면서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 관련 금융기관에 의한 적절한 협력과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 관련 기관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공동공사, 부분적인 중복감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금융감독기관의 통합은 전세계적인 추세이며 여러 문제점도 법적 및 제도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탓이 크다"면서도 "금융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금감원 내부나 관련 기관간의 업무 협의나 정보 공유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LG카드에 대한 LG그룹의 출자, 외환은행의 매각 등에서도 보듯 관치금융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있다. 권 수석연구원은 "당시에는 외환위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도 떨어져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2/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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