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를 거듭하던 삼성자동차 처리문제가 삼성의 추가부담과 삼성생명 상장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아직도 풀어야할 문제는 많다.우선 삼성생명의 주식가치 산정을 둘러싼 삼성과 채권단의 줄다리기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의 가치가 2조8,000억원을 충분히 상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채권단은 이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부족분을 추가로 분담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채권단이 삼성생명의 주식가치를 깎아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생명 상장조건을 어떻게 정하느냐를 놓고도 정부와 삼성의 힘겨루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장조건에 따라 삼성생명의 주식가치는 달라질 것이고 결국 삼성의 추가보상 여부 및 규모도 이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상장차익을 삼성이 독점적으로 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차익의 대부분을 계약자들에게 나눠주거나, 신주를 대량 발행하도록 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상장조건을 둘러싼 정부와 삼성의 줄다리기가 팽팽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 상장이 삼성에 대한 특혜라는 시비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와 관련, 삼성측은 삼성생명은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삼성 계열사의 보유지분을 팔아 상장이익을 챙기기는 커녕,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삼성생명 주식을 추가 매입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장에 따른 이익을 실현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부산민심과 정치권의 개입의 향배도 걸림돌이다. 특히 삼성차 처리가 청산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이들의 입김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 상장과 삼성의 추가 출연으로 부채문제가 무난히 해결된다 해도 삼성차 처리가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차 처리를 놓고 지역 이기주의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개입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 경우 삼성차 처리는 당초 기대보다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진갑 기자 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