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10년활황 막내리나
나스닥 4일연속 급락
뉴욕 증시는 지난 90년 10월11일부터 상승세를 보여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98년 러시아 디폴트 등으로 간간이 약세장을 보이긴 했지만 큰 흐름으로 볼 때 90년부터 줄기차게 상승세를 나타낸 지 만 10년을 맞게 되는 것이다.
90년 당시 3조달러였던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은 현재 15조달러에 이르고 있고 당시 2,365포인트였던 다우지수는 10일 1만524포인트로 마감됐다. 10년간의 주가상승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 미국인의 생활패턴까지 바꿔놓았다. 89년에는 미국 가정의 30%만이 주식투자를 했지만 현재는 50% 이상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인의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10년간 강세장(불 마켓)을 유지해온 뉴욕 증시가 올들어 약세장(베어 마켓)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최근 4일 연속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치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데다 이렇다할 반등의 계기가 보이지 않아 대세상승 10년 생일을 맞은 뉴욕 증시의 분위기가 그다지 밝지 못한 편이다.
◇나스닥 왜 떨어지나=최근 뉴욕 증시 약세의 원인으로는 「실적부진」이 꼽히고 있다. 유로화 약세, 유가 상승의 원인도 결국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문제들이다.
첨단기술주의 주가는 그동안 현재 가치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형성됐고 이 때문에 현재 수익에 비교한 주가수익비율(PER)이 수십배, 수백배에 이르곤 했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사상 최장의 호황을 구가한 미국 경기가 올들어 둔화되기 시작, 첨단기술주의 성장세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입증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주가 수준이 너무 높다는,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돼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나스닥의 안전지대가 없어졌다=첨단기술주의 약세는 인터넷에서부터 시작됐다. 올 2·4분기에 이른바 닷컴기업의 몰락이 시작되면서 인터넷 벤처기업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인텔의 반도체, 시스코의 네트워킹 등은 무풍지대였다.
MS가 기업분할소송 때문에 다소 약세를 보이긴 했지만 인터넷을 제외한 나머지 첨단기술주들은 여전히 고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했었다. 여기에 유전자 지도의 발견으로 인해 바이오테크 열풍까지 덧붙여졌다.
그러나 지난 여름 반도체 공급과잉론이 제기되면서 반도체 주식이 흔들거리기 시작하더니 이후 컴퓨터의 수요부진 전망으로 인해 소프트웨어·네트워크 등 첨단기술주 전체가 경기둔화의 영향에 시달리게 됐다.
게다가 올 상반기 급부상했던 바이오테크마저 요즘은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비실거리고 있어 나스닥에서 강세 업종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나스닥의 바닥은 어디에=나스닥의 바닥이 가까워졌느냐에 대해 월가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지만 아직은 바닥론이 섣부르다는 쪽이 우세한 편이다.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를 씻어낼 만한 기폭제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10일 장 마감 후 발표된 야후의 실적이 인터넷 주식의 상승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이날 장외거래에서 야후는 8% 가까이 폭락했다. 야후의 수익이 예상치였던 주당 12센트를 초과한 13센트였지만 매출이 90% 증가에 그쳐 향후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실망감 때문이었다.
지난 10년간 4·4분기면 예외없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곤 했던 뉴욕 증시, 특히 나스닥시장이 10년간의 장기 호황이 꺾이는 시점인 올해도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갈수록 힘을 얻는 상황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10/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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