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ㆍ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8개 분야에 걸쳐 123개나 되는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해 규제개혁위원회에 공동 건의했다.
경제자유구역 내 녹지보전의 필요성이 없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지역 세분화 작업의 조속한 완료 등 공장입지와 관련한 규제개혁 과제만도 15건에 이른다. 실제로 부산ㆍ진해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전체 면적 가운데 개발제한구역 24%를 포함해 녹지지역이 73%에 이르러 가용면적 부족으로 외국인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민간주택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 역시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하고 주택품질 저하와 공급 감소를 초래해 도리어 주택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밖에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 소지가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을 재검토해야 하고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5단체의 건의가 없더라도 우리 기업이 규제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나서 규제개혁 수준을 높이라고 권고했겠는가.
OECD는 한국이 선진국과의 소득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규제와 노동시장 경직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제조업 분야의 창업에 대한 규제가 극심하다면서 규개위가 지역개발정책 등으로 대상영역을 넓혀 현장 공무원의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외국인투자 장벽을 허물어줄 것을 주문했다.
최근에는 기업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까지 기업에 대한 각종 소송 남발을 막고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게 감독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기업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부처이기주의를 청산하지 못한데다 ‘일하는 정부’를 내세워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덩달아 새로운 규제를 개발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규제왕국이라는 비아냥거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경제5단체의 건의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