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플래니건통신산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등으로 각 가정과 직장을 하나로 묶는 통신업계의 장밋빛 전망이 환상이었다는 비판이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이는 사실이 아니며, 지금도 통신기술은 구시대 경제를 해체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현재 통신업계가 겪고 있는 것은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아주 정상적인 과정이다. 옥석 가리기가 마무리 되면 인터넷 통신과 초고속망 사업은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통신업체의 매출은 지난 4년간 두 배 증가했다. 앞으로 4년간 또다시 두 배 증가할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은 통신산업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광 통신망을 구축했던 글로벌크로싱은 파산 보호인 챕터11을 신청했다. 기존 전화회사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됐던 신생 통신업체 텔리전트, 윈스타 등도 지난해 이미 파산했다.
여기에 노텔, 루슨트, 시스코 등 통신장비 업체들까지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이들은 지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실패만을 생각할 경우 최근 통신산업에서 일어난 괄목할 만한 발전은 자칫 간과될 수 있다.
신생 통신 업체들은 망했지만 그들과 한판 경쟁을 벌였던 SBC 커뮤니케이션스, 베리존, 벨 사우스 등 기존 전화사업자들은 더욱 강해졌다.
이들은 통신업체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충분한 현금실탄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분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에어터치 셀룰러를 인수한 영국계 기업인 보다폰, 스프린트 등의 성장이 특히 두드러졌다.
미국은 무선, 유선,케이블, 초고속 인터넷 등 다양한 통신수단을 사용하는 역사상 유래 없는 통신혁명에 겪고 있다. 그런 와중에 통신업계는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경험은 역사 속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지난 1842년 토마스 모르스가 전신기(telegraph) 발명한 이후 20년간 수없이 많은 투자가들과 기업인들은 돈을 날렸다.
전신기가 돈을 번 것은 그 뒤이다. 전화사업도 지난 1890년대 6배의 신장세를 기록했으나 치열한 경쟁으로 수많은 업체들이 생성과 소멸했다. 전화회사가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1907년경 AT&T를 중심으로 합병바람이 불면서이다.
21세기 통신환경 변화의 가장 핵심적인 매개는 초고속 인터넷이다. 초고속 인터넷 망 가입자수는 올해 1,700만명에서 2003년에는 2,33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2004년에는 2,83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란 게 정보기술 조사기관인 가트너 그룹의 예상이다. 2년간 무려 65% 급증할 것이라는 얘기다. 시스코, 노텔 등도 올 연말을 정점으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종간 벽이 무너지면서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데이비드 쿠퍼스테인은 특히 "케이블 업체와 전화사업자간 경쟁이 어느 때 보다 치열해 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실제 케이블 업체인 콕스 커뮤니케이션스는 음성전화 사업에 본격화할 예정이다. 대형 케이블 업체인 AOL 타임워너, 컴캐스 등도 전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케이블 업체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모두에 대한 모두의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경쟁은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낮아질 것이며, 이는 좀더 많은 소비자를 불러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망하는 업체들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통신혁명은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게 우리가 겪을 앞으로 2년간의 삶이다.
정리=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