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닛케이 지수는 전날보다 171.23포인트(0.96%) 하락한 1만7,631.2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닛케이 지수는 지난달 31일 482.41포인트(2.69%) 상승했다가 1일에는 365.92포인트(2.1%)가 하락하는 등 급등락 장세를 보였다. 엔고로 인한 불안심리가 증시로 확산됐기 때문이다.특히 소니, 도시바 등 대표적인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돼 향후 경기회복에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이같이 엔화 강세가 이어지자 향후 엔-달러 전망치를 수정하는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와 도시바 기계 등 수출업체들은 하반기 엔시세를 115엔에서 110엔으로 수정키로 했다. 특히 이들 기업은 현재의 엔고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출채산성 악화로 인한 영업실적 하락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엔화의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동안 110엔대에서 횡보세를 보이던 엔화는 지난달 31일 심리적인 저지선인 110엔대를 돌파한 후 2일에는 108엔대까지 급등했다. 지난 5월 달러당 124엔대까지 하락했던 엔화 가치가 불과 3개월만에 1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일본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촉발된 엔고가 급기야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엔화는 올 1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2%(연간 7.9%)에 달했다는 지난 6월의 발표 이후 강세로 돌아섰다. 이후 수차례에 걸친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 기조는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직접적인 개입 대신 원론적인 경고성 발언에만 그치는 등 적극적인 엔고 저지에 나서지 않자 시장에서는 개입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줄어들면서 엔화 상승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더우기 일본은 독자적인 시장개입만으로는 엔고 저지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공조를 요구해 왔으나 미국 등이 인위적인 시장 개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말 베를린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차관 회의에서도 최근의 엔고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형주기자LHJ30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