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딜레마

부동산시장 불안·재정적자 우려등 부작용 불러
새정부 대대적 세제개편 속도조절 불가피할듯


차기정부가 ‘감세(減稅)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세금감면을 내세웠지만 부동산시장 불안, 재정적자 우려 등으로 속도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세와 국세의 세목 교환,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운용방향 등 세제의 골격을 새로 짜는 다양한 세제정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 국정과제 발표 때 내놓은 법인세 인하도 여기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본격 추진될 세제개편 대상에는 법인세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 부가가치세, 상속ㆍ증여세와 유류세, 비과세ㆍ감면 등 국세 외에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지방세 개편도 포함돼 역대 어느 정권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유력한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위원이 강력한 감세론자라는 점도 이 같은 광범위한 세제개편이 있을 것임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세제개편이 이명박 정부의 임기 초반에 가시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감세방침이 예상 밖의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양도소득세 인하방침이 오히려 주택매물 감소로 이어져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실제로 최근 내놓은 감세정책은 거창한 감세론과 달리 법인세율 인하를 제외하면 알맹이가 없어 대선공약에 맞춰 급조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인수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방침이 정해진 것은 법인세 인하, 1가구1주택자 양도소득세 인하, 유류세 10% 인하 정도”라며 “나머지 세제개편 방향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도 문제다. 경기둔화,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의 여파로 투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나라살림에 구멍이 날 수 있다. 최근 새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밝힌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 결손액만도 앞으로 5년간 8조4,540억원에 이른다. 우리 경제의 강점인 ‘건전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이나 예산을 갖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을 경계해야 한다”며 “법인세ㆍ양도세 감면 등도 전체 세제개편 틀이나 성장잠재력 확충 차원에서 장기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인수위 측도 차기정부에서 국세와 지방세 등 현행 30개 세목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조세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세목 통폐합 작업이 10년 전에도 한번 무산된 데서 드러나듯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ㆍ부처 간 이해관계 조절이라는 험난한 과정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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