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비방사건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해 불법행위 규명은 물론 형사처벌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질적인 주류업체들의 비방전은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반시장적 행태임에도 신속히 단죄가 되지 않아 전근대적인 ‘비방 자본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주류업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카스 소독약 냄새’ 루머 유포로 검찰에 송치된 하이트진로 비방사건은 7개월이 다되도록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8부에 하이트진로 임직원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넘긴 상태다. 이에대해 검찰은 지난 4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면서 수사검사가 차출돼 수사가 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카스 일부 제품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했다며 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인터넷카페, SNS상에서 “카스 먹지 마라. 6~8월 생산한 것은 가임기 여성들은 무조건 피하라고 해”, “어른들이 드시면 하늘로 빨리 간다”는 비방 내용들이 퍼졌는데, 하이트진로 본사가 개입했다는 주장이었다.
사건을 접수한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대전지역 호프집에서 하이트진로 대전특판 직원들이 카스 맥주를 들고 고객들에게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설득한 정황을 포착한뒤 수사를 벌여 특판대전지점 직원 이모(45)씨, 본사 직원 안모씨(33) 등 하이트 진로 직원 6명과 지인 황모씨(31)등 13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업무방해협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롯데주류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 경유가 들어있다며 비방전을 펼친 혐의로 지난해 4월 검찰에 송치된 사건 역시 1년여가 지나도록 아직까지도 처분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허위 내용 확산·유포 혐의(업무방해 등)로 롯데칠성음료 법인과 사업총괄 A전무(58) 등 임직원 18명, 광고대행업자 B씨(36) 등을 기소의견으로 지난해 4월 검찰에 무더기 송치했다.
경찰 조사결과 롯데주류는 A전무와 더불어 마케팅부문장과 영업전략부문장, 서울영업부문장 등 본사 임원부터 지점장, 파트장 등까지 관여해 조직적으로 경쟁사를 비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주류 직원 수십명은 참이슬 경유 검출논란 기사가 실린 무가지 1,000여부를 직접 살포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류업계 비방사건은 잊을만하면 반복되고 있어 소비자 보호와 시장질서를 위해 사정당국의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와 처벌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주류업계들이 업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서로 비방광고를 하는 과정에서 ‘아니면 말고식’의 공포마케팅들을 통해 소비자들을 불안감에 떨게 하는 부분들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고, 향후 이런 부분들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