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안철수에게 필요한 진짜 검증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추석을 앞두고 혹독한 검증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안 후보를 둘러싼 최근의 의혹은 본인이 놓아둔 덫에 스스로가 걸려드는 형국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안 후보에 대한 최근 의혹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대선 주자로서의 중대한 결격 사유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우선 본인의 다운계약서 작성은 단지 당시 관행에 충실했던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지금껏 나온 논란 중 가장 큰 것은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다. 이로 인해 최소 1,000만원의 취ㆍ등록세를 탈루했다는 것인데 이 역시 당시 규정에 따르면 김 교수가 법의 허용 범위 내에서 거래 가격을 낮춰 신고한 만큼 '불법'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문제가 안 후보에게 보다 엄정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스스로 한 말 때문이다. '세인트(saintㆍ성인) 안'이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자신의 도덕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탓에 사회 역시 그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책 대결의 실종이다. 안 후보의 도덕성 검증에만 몰두한 사이 우리는 대선이 불과 80여일 밖에 남지 않은 현 상황에서도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을 펼쳐 나가자'고 호소했다. 그런 안 후보에게 되묻고 싶다. 지금껏 대결을 할 만한 정책을 내놓았는가. 안철수하면 떠오르는 정책이 있기는 한가 등이다.

또 정치 구태에서 벗어나 새 정치를 구현해달라는 국민의 바람을 충족시키기보다 오히려 그 바람에 편승하고 있지는 않는가도 묻고 싶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과거 대선에서는 '지방 분권' '747'등 각 후보를 대표할 만한 정책들이 존재해왔다. 안 후보에게 우리가 요구해야 하고 안 후보 스스로가 넘어서야 할 진짜 검증은 바로 이런 것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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