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열의 Golf&Law] <1> 스포츠 에이전트

법제화 시급한 국내 스포츠 에이전트
프로축구 빼고 제도화 안 돼 있어
선수 권익 침해·법적 문제 우려
골프산업 육성·선수보호 위해 필수

삼성의 후원을 받던 2001년의 박세리. 당시 계약조건은 10년간 30억원이었다. /=연합뉴스

골프와 스포츠 하면 법보다 자율이 어울린다. 스포츠맨십을 우선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과 스포츠 산업의 근저에는 법이 존재한다. 도핑과 승부조작 문제로부터 경기장 건설,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 계약 등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서 법률과 밀접하게 맺어져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골프와 스포츠 세상 속 재미있는 법 이야기를 매주 연재한다.

한국 골프의 역사는 원산항이 개항된 후 1897년 원산세관구역 내 해변에 최초로 조성된 골프코스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박세리·최경주를 거쳐 배상문·김효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배출됐다. 1996년 박세리는 삼성과 50억원에 달하는 스폰서 계약에 힘입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수많은 우승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삼성 로고가 노출된 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박세리가 우승한 대회당 삼성 브랜드 가치가 4,800만달러 이상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박세리 등의 성공은 스폰서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스폰서 계약의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스포츠 에이전트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현재 국내 스포츠계에는 프로축구를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스포츠 에이전트가 제도화돼 있지 않다. 하지만 골프 등의 분야에서는 여러 에이전트가 사실상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경우에 따라서는 변호사법 위반 등의 법적 문제 발생 소지도 없지 않아 이의 법제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또 에이전트가 사회경험이 미흡한 선수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적정한 관리가 요구된다.

스포츠 에이전트라 함은 본인인 선수를 대신해 연봉협상·광고출연 등을 처리하는 자를 말한다. 그러나 현재는 선수의 훈련 프로그램이나 의료혜택·법률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선수의 재산관리, 팬과의 교류, 주거 알선, 선수의 은퇴설계 등의 업무에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통상적인 에이전트 계약에서 주된 사항은 서비스내용·계약기간, 에이전트 수수료, 충실의무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에이전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연봉계약의 대행, 광고주와의 스폰서 계약 등 부대수입원의 개발, 스케줄과 이미지 관리·홍보, 각종 사회활동 관리, 보험, 투자자문과 재산관리·법률자문과 세금대행·노후설계 등이다. 에이전트 계약기간은 선수 보호를 위해 단기간으로 설정돼야 한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1년으로 하고 갱신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수수료는 통상적으로 정률제, 즉 협상타결 계약금액의 3~10%를 수수료로 책정하고 있으나 이 경우에도 적정한 상한선을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수의 권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충실의무 조항이 제대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분쟁해결을 위한 조정이나 중재 등 대체적 분쟁해결 절차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골프산업 육성과 선수 권익보호를 위해 스포츠 에이전트의 법제화는 필수다. 사실상 활동 중인 에이전트를 제도화해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즉 스포츠 에이전트를 자격제나 등록제로 제도화하고 또한 보험가입을 의무화해 피해변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유능한 에이전트들이 유망선수를 많이 발굴하고 나아가 이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도록 사회간접지원 인프라가 하루속히 구축되기를 기대해본다.

/법무법인 양헌·온라인리걸센터 대표변호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