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부동산 경기가 시들한 홍콩에서 시민들의 발인 택시가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6일 홍콩에서 투자목적으로 택시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택시 가격은 면허를 포함해 지난 6월 기준으로 766만 홍콩달러(약 11억원)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9년 9월과 비교할 때 80% 가량 높은 가격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보석상인 앨런 섹(60)씨는 지난 달 택시(면허 포함) 5대를 구입했다. 그동안 그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으나 최근 증시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데다가 부동산 역시 정부 규제로 거래가 끊기고 가격도 하락하자 택시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의 친구 8명중 7명은 이미 택시 투자를 시작했다. 현지 택시업체들은 홍콩에서 운행하는 택시의 절반 정도가 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택시가 투자수단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임대를 줄 경우, 운용 수익이 은행이자보다 높은데다가 시세 차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 면허를 사들여 택시 운영회사에다 임대를 해주면 하루에 680~800 홍콩달러(약 9만7,000~11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 임대료 역시 2009년이래 약 12% 올랐다.
운영 수익은 각 종 비용을 제외하고 월 1만8,000 홍콩달러(약 260만원)로 약 3%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같은 돈을 은행에 맡겼을 경우 예금 금리가 0.2%에 불과해 월 18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수익률이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 대출하는 은행도 생겨나고 있다. 홍콩의 다싱은행은 면허 가격의 85%까지 대출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택시 투자에 벌써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콩 침례교대학의 빌리 마크 교수는 “택시 가격 상승률이 운영수익 상승률에 비해 너무 가파르다”며 “또 다른 자산가격 거품 현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