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불신·美증시 하락 '직격탄'

구조조정 불신·美증시 하락 '직격탄' 주식시장 왜 다시 휘청거리나 주식시장이 「어둠의 터널」로 다시 들어가는 것일까. 정부의 금융·기업구조조정 드라이브 등에 힘입어 미국시장과 차별화를 보이며 호전되는 듯 했던 주식시장이 다시 미국시장의 영향권에 접어들고 해외 변수도 비우호적으로 되면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서울 주식시장이 이처럼 휘청거리고 있는 것은 해외요인과 국내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미국 증시 급락세라는 해외요인이 국내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와 살로먼 스미스바니 등 주요 증권사들이 반도체 매출증가가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하며 반도체 관련주의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함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반도체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국내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이어져 매수 주체가 실종되면서 폭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 이와 함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고유가도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정부가 유사시 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고공비행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고유가에 취약한 한국경제가 다시 어려움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해외변수 이전에 국내요인이 증시체력을 약화시킨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증권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치권이 정치싸움에만 몰두하면서 각종 개혁법안 처리를 미뤘고 이로 인해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외국인들이 지난 9월부터 10일 현재까지 2조원에 이르는 주식을 순매도한 게 이를 입증하고 있다. 정부 및 정치권이 한계기업 퇴출 등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으나 이미 때를 놓친 듯한 분위기고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점차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100조원 이상 쏟아부은 공적자금이 대우 및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휴지로 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만성적인 수급불안도 주식시장의 체력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신권이 환매로 인해 올들어서만 무려 7조2,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특히 신규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어 투신권이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와 함께 국내 경제기조가 반도체 의존형이라는 점도 증시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세계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국내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주가하락세를 막을 수 있는 제동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미국 증시 등 해외변수는 통제권 밖에 있어 미국시장이 더 떨어질 경우 국내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전저점인 550선에서 안정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3월 상승으로 돌아서기 직전 지수대인 500~520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90포인트대가 힘없이 무너져 전저점인 70선대까지 후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주식시장을 살리는 길은 구조조정 외에 특별한 처방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한계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킴으로써 자금의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래야만 지난 9월부터 매도세로 전환한 외국인들을 다시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투신권 등 국내 기관들이 주식매수 여력이 없는 가운데 유일한 지수 안전판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이정배기자 입력시간 2000/10/11 17:27 ◀ 이전화면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