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시대] 서울서 유럽산 명품쇼핑 하는게 홍콩보다 싸진다

■ 협정 발효땐 어떤 변화가
해외여행객들 한국 쇼핑관광 크게 늘듯
벤츠등 최대 2,000만원 내려 일제車 고전
축산은 큰 타격… 양돈포기 농가 속출 예상

SetSectionName(); [한·EU FTA 시대] 서울서 유럽산 명품쇼핑 하는게 홍콩보다 싸진다 ■ 협정 발효땐 어떤 변화가해외여행객들 한국 쇼핑관광 크게 늘듯벤츠등 최대 2,000만원 내려 일제車 고전축산은 큰 타격… 양돈포기 농가 속출 예상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1. 꿈에 그리던 외제차 구입을 놓고 렉서스와 BMW 사이에서 망설이던 의사 이재균(가명ㆍ37)씨의 고민이 한방에 해결됐다. 비슷했던 BMW 가격이 동급의 렉서스에 비해 500만원 이상 싸진 것이다. 옵션이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계약을 마치고 기분이 좋아진 이씨 앞에 이탈리아의 한 명품 브랜드가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는 백화점 광고 문구가 나타났다. 비상금이 두둑해진 이씨는 아내 생각에 발길을 백화점으로 돌렸다. #2. 엔고를 등에 업고 서울로 원정 명품쇼핑을 온 일본인 관광객 와타나베(가명ㆍ48)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에서 팔고 있는 유럽산 의류가격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을 그는 열흘 전 홍콩에서 15%나 비싸게 주고 샀다. 와타나베씨는 즉시 판매원을 불러 이유를 알아보았다. 의사 이씨가 일본차에 등을 돌리고 독일의 BMW를 선택하게 된 이유나 화가 난 와타나베씨에게 돌아온 답변은 공통점이 있다. 내년 하반기께 발효될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해답이다.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3년 내 8% 수준인 중대형 승용차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6,000만원 중반에서 7,000만원대를 오가는 BMW5 시리즈는 관세 철폐로 5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다. 동급의 벤츠나 아우디ㆍ푸조도 마찬가지로 가격을 내릴 수 있지만 FTA 체결이 요원한 일본차는 예전 가격대로 한국에서 팔 수밖에 없다. 유럽차와 한국 시장을 놓고 혈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기존 위상을 지키기 위해 수익 감소를 감내하며 차값을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급차인 BMW 750Li 모델이나 벤츠S클래스는 관세가 사라지면 가격이 1,4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싸지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의 구매 판단에 직접적 영향을 줄 FTA가 일본 자동차 회사의 경영 계획에도 파장을 미치는 셈이다. 한ㆍEU FTA는 ‘여성을 위한 자유무역’이란 별칭도 듣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명품 중에는 프랑스ㆍ이탈리아ㆍ영국 등 유럽산 제품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고율의 관세(8~13%)가 FTA 발효 후 단기간 내 사라진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호가하는 루이비통 가방 ‘스피디40’은 8만~10만원, 60만원대 페라가모의 여성용 구두는 8만원 이상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긴다. 명품쇼핑을 위해 서울보다 홍콩을 먼저 찾던 해외 여행객들의 발길이 입소문을 타고 빈번해지면 서울은 쇼핑의 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다. 여행업계가 한ㆍEU FTA에 기대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명품 수출업체나 수입업체들이 FTA를 활용해 유통비용 낮추기에도 적극 나선다면 가격 인하 효과는 ‘관세 플러스 알파’가 되며 다른 나라보다 제품가격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애주가들도 즐거워진다. 15%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유럽산 포도주 중 3만원대의 프랑스산 무통카데는 약 5,000원, 20만원대인 이탈리아산 안티노리 티냐넬로는 약 3만원의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긴다. 관세가 20%에 달하는 스카치 위스키도 3년에 걸쳐 가격이 매년 떨어져 소비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식단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산 돼지고기의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은 40%가 넘고 특히 냉동 삼겹살은 전체의 83%에 이르고 있는데 FTA로 싼 값에 유럽산 돼지고기가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은 좀더 저렴하게 삼겹살 파티를 열게 된다. 젊은 부부들이 감당해야 할 분유 값도 상당 부분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양돈을 포기하는 농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축산업계는 한ㆍEU FTA로 생산감소액이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간 유럽산 낙농품 수입액이 1억3,000만달러에 달해 낙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어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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