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을 세밀하게 분석한 '국가재정보고서'를 주요 선거전에 발간하는 것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정부 예산을 대규모로 소모하는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 남발을 저지하자는 취지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은 23일 '선거와 재정관리'보고서에서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올해 같은 해에 재정 당국은 선거 이전에 재정보고서를 발간하고 선거공약의 재정추계 결과를 공표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재정투명성 지침'을 마련해 선거 실시 2주 전까지 나라의 재정상황을 공개하도록 회원국에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논거로 들었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네덜란드와 호주ㆍ뉴질랜드 등이 해당 지침에 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의 선거공약이 초래할 재정 부담내역을 정부 부처나 출연연구기관이 분석해 공개한다는 게 박 위원의 설명이다.
올해의 경우 오는 10월 초까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새 중기재정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재정보고서에 준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박 위원은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에는 법적으로 재정 지출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반드시 재원 조달 대책도 마련하도록 하는 '페이고' 원칙이 국회의 법안심사 과정에서 지켜져야 한다는 지적도 담겼다. 박 위원은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신규 의무지출에 대한 재원대책 의무화를 천명했으므로 앞으로 국회 법안심사 때에도 이를 적용하고 구체적인 적용 지침과 객관적 비용 추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