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입ㆍ세출, 기금 결산안 및 예비비 사용승인의 건을 심의하기 위해 14일 열린 국회 예결특위에서는 정부의 예비비 과다편성 및 자의적 집행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이 ‘팀 플레이’를 통해 되풀이해 이 문제를 파고들며 강도 높은 추궁을 이어갔다. 한나라당의 집요한 추궁은 당론인 ‘예결위의 일반 상임위 전환’을 관철하기 위한 명분축적용 ‘시위’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부 부처가 재난ㆍ재해 등 만약의 상황에 사용해야 할 예비비를 일반경비로 지출하고, 업무추진비로 전용하는 등 집행을 방만하게 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과다계상까지 하고 있는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이같이 해마다 반복되는 예비비의 전용 및 과다계상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예결위의 상임위화가 필요하다는 게 한나라당측의 논리였다.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은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매년 똑같은 항목에서 똑같은 사업비를 예비비로 전용하고 있다”며 “아무리 시정을 요구해도 국회의 목소리가 국정에 반영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정두언 의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업인데도 예비비에 편성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본예산이 빠듯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 예비비에서 계상하고 있다”면서 “반복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앞으로 본예산에 담으려 노력하겠다”고 더이상의 질문을 차단하려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오히려 “과거 속기록을 들춰보면 똑같은 답변이 나와 있다”면서 “반복적인 스토리의 고리를 끊는다는 차원에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고삐를 바짝 당겼다.
김성조 의원도 “근본적으로 예산편성권은 국회에 있다”면서 “이 정도로 (정부예산 편성의) 신뢰가 떨어진다면 당연히 (예결위를) 상임위화해야 한다”고 ‘본색’을 드러냈다.
그러자 예결위 상임위화에 대해 반대당론을 보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즉각 반기를 들고 나섰다. 김성곤 의원은 “현재 시스템을 놔두고서도 예결산상 문제점은 개선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