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적립식펀드 투자자금 가운데 일부가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수가 단기 급등한 이후 투자자들이 전고점 돌파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만기가 돌아온 일부 펀드를 중심으로 동시에 환매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환매 자금은 국내 증시에 재투자되기보다는 해외펀드 등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 국내 증시 수급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전에 설정된 적립식 판매비중이 높은 펀드들에서 자금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 1(C-A)’의 경우 지난해 말 설정액은 2조1,327억원이었으나 올 들어 지난 12일 현재 2조359억원으로, 968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랜드마크자산운용의 ‘랜드마크1억만들기주식1’에서도 461억원이 유출됐다. 전체 설정액의 10분의1에 달하는 자금이 빠진 경우도 있다. KB자산운용의 ‘광개토주식’과 ‘광개토일석이조주식’의 경우 전체 설정액의 10.79%(832억원)와 11.63%(762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졌다. 김남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설정액이 줄어든 펀드들 중에는 2004년 이전에 설정돼 적립식 투자 열풍을 일으킨 펀드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면서 “적립기간이 3년 이상 경과돼 투자원금이 커진데다 시장이 전고점 돌파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환매 물량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주가가 현 지수대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환매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히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에 환매를 한다기보다는 적립식펀드의 특성상 환매 신청일 종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기 때문에 최근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넘어서면서 이익실현 하려는 욕구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환매 욕구는 주식형펀드 전체 수탁고 추이에서도 볼 수 있다.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2일 49조8,978억원까지 증가하면서 50조원 돌파 기대감을 높였으나 증시가 재차 1,400선을 돌파하면서 지난 한주간(5~9일) 5,072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50조원 문턱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펀드 등 대체투자 대상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적립식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국내 증시에 전액 재투자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일부 자금은 국내 주식형펀드에 다시 투자되겠지만 자산 배분 과정을 거쳐 해외투자와 같은 다양한 대체 투자처로 분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