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KT 자회사인 KT ENS 협력업체의 최소 3천억원대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11일 협력업체들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인천 부평구 청천동 등지에 있는 5개 협력업체 사무실과 임원진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이들 업체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관련 장부 등 서류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이미 압수수색에 대비해 문서를 파쇄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대출을 받은 협력업체는 6개사이지만 1개사는 이미 경찰에 나와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해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업체 중 한두 곳은 페이퍼컴퍼니이고 동일인이 여러 회사의 임원으로 등재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이들 회사의 법인 관련 자료를 분석해 실체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잠적한 협력업체 사장 4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KT ENS 부장 김모(51.구속)씨와 함께 주도적으로 대출 사기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협력업체 N사 사장 전모씨는 지난 3일 홍콩으로 도주했으며 다른 3명도 비슷한 시기에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인터폴에 N사 사장 전씨에 대한 공조 수사 요청을 할 계획이다.
다른 사장 1명은 이미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나머지 1명은 오는 12일 출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전씨와 함께 홍콩으로 달아났다가 홀로 귀국해 지난 6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당초 KT ENS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일부 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검찰에 고발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피해를 본 은행은 총 16곳에 달하며 경찰은 지금까지 7곳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매출채권을 위조해 협력업체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금액은 2천300억원이라고 진술했다. 금감원은 사기 대출 총액이 4천억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출을 받은 금액 일부를 기존 대출금을 갚는 ‘돌려막기’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파악한 대출 잔액은 2천800억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대출 금액은 16개 은행에 대한 조사를 다 해봐야 윤곽이 나올 것 같다”며 “피해액은 조사가 진행될수록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협력업체들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것 외에 10여 차례 해외여행을 가서 카지노 등지에서 접대를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 외 KT ENS와 은행에 공범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자금 추적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김씨가 대출사기를 위해 만든 허위 매출채권 확인서에 찍힌 KT ENS 법인 인감은 진본인 것으로 알려져 KT ENS와 은행간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점심시간대를 이용해 몰래 법인 인감도장을 사용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T ENS 측은 “일부 인감이 이전 사명인 ‘KT 네트웍스’로 돼 있어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