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 앞서 이성태 한은 총재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
|
한은 '개입 불가' 공개천명…MB정부와 갈등 예고
"부동산 가격이 정책목표 될수 없어" 불쾌감올 4.7% 성장 전망치도 수정 가능성 일축與 총선서 압승땐 한은법 개정 시도할수도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10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 앞서 이성태 한은 총재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평소 대쪽 같은 성격에 소신 있는 발언으로 정평이 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마찰로 빚어진 한은 독립성 문제에 대해 "차기 정부 내에서도 한은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공식 천명했다.
이에 따라 성장ㆍ부동산정책 등 거시경제 틀에서 한은 정책에 관여하고 싶어하는 이명박 정부와 원칙의 길을 가고 싶어하는 한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한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를 한은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극단적 의견마저 인수위에서 언급될 정도로 정부의 한은 길들이기는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독립성 천명한 한은 총재=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이 좋은 경제정책을 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앙은행은 절차와 권한에 따라 행동하며 (정부의 의견 등) 누구의 판단을 참고하느냐는 중앙은행 또는 금통위원들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정책 운용에 대해 차기 정부가 협조를 구할 수도, 의견을 낼 수도 있지만 결정은 전적으로 한은의 몫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정부의 한은 개입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국감장에서도 의원들의 추궁에 굴하지 않고 할 말을 다하는 이 총재의 평소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날 한은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일정 부분 언급할 것이라는 예측은 했지만 이 같은 소신 발언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였다.
독립성을 거론할 때 이 총재의 얼굴은 굳은 표정이었고 목소리 톤은 분명하고 강한 어조였다. 결연한 마음가짐이 느껴질 정도였다. 평소 이 총재의 화법은 서너 수를 내다보는 돌려말하기의 진수였지만 이날은 정부에 직접적으로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만큼 한은의 독립성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만큼 절실했던 것이다.
이 총재는 특히 정부가 희망사항이 있을 때 어떻게 전달하느냐와 (한은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문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재차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한은-새 정부 갈등의 골 깊어질 듯=이 총재의 소신 발언으로 한은과 차기 정부와의 불협화음은 심화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이날 인수위의 '희망사항'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우선 전날 인수위의 강만수 경제1분과 간사가 "부동산 가격 안정에 한은의 금리정책이 절실하다"고 언급한 점에 대해서 이 총재는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부동산 가격을 정책목표로 삼는다든가, 기계적으로 통화정책에 연결하는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인수위의 이동관 대변인이 "한은의 올 경제성장률 4.7%는 MB 효과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6%대 달성 가능성 언급과 관련해서도 그는 지난해 말 전망한 대로 현재 우리 경제는 예상 경로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전망치를 수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한은이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다는 인수위의 지적에 대해서도 국회 보고, 감사원 감사, 금통위 의결 등 여러 가지 견제 장치가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한은과 인수위의 시각이 엇갈리면서 차기 정부에서 한은을 손아귀에 쥐려는 시도는 거세질 전망이다. 1차적으로는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세 명의 금통위원들을 친정부 성향의 인물로 바꿀 것이 분명하며, 특히 총선에서 압승할 경우 한은법에도 손 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인수위가 검토해본 적도 없다며 공식 부인하기 했지만 일부 인수위 관계자를 통해서 '한은과 금통위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등 한은에 대한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 카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력시간 : 2008/01/10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