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맑은 사람은 가는 나뭇가지 끝에서 대지의 기운을 느끼고, 무상의 상태에서 바라본 한 조각 파도에서도 우주의 이치를 깨닫듯 나는 두 딸을 통하여 시공을 초월한 인류로서의 여성을 보았다』혜인, 은파 두 딸을 둔 강기원씨는 「여성시대가 오고 있다」(청조사 펴냄)라는 다소 도발적 제목의 에세이를 집필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육군 대위 시절인 지난 83년에 과학교사였던 아내와 결혼하여 두 딸을 둔 강기원씨는 아들을 하나 더 낳으라는 본가와 처가의 권유를 멀리하고 아이를 그만 낳고 두 딸을 잘 키우기로 작심한 가장. 그는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교를 포함한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에 부딪치고는 아빠로서 당황했고, 그때부터 남성의 입장에서 보는 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의문을 갖게된 여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 한토막.
뉴스를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는 왜 안경을 쓰지 않을까. 시력이 좋아 안경을 안 썼다면 몰라도 혹 여성이기 때문에 외모에 신경을 써서 눈이 나빠도 뉴스 진행 시간에 쓰지 않은 것이라면 부자연스럽다. 만약 여성 아나운서가 미적인 문제 때문에 안경을 안 쓴다면 아직 여성은 능력 외적인 면에 남성보다 더 신경쓰는 것은 아닐까.
사소한 문제인 것 같지만 안경쓰는 여자에 대한 편견은 우리 사회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남성위주로 굴러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기원씨는 수천년간 이어져온 힘을 바탕으로 한 남성일방의 사회구조를 지적하면서 이제 고도의 감성지수를 필요로 하는 21세기는 남성적 체제보다는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강씨는 『매스컴에서 「초등학교에 여교사가 점차 많아져서 아이들이 여성화되어가므로 걱정스럽다」는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배꼽빠지게 웃기는 얘기다』고 말한다. 오히려 폭력과 투쟁에 바탕을 둔 남성문화가 문제이지 사회 곳곳에 부드러움을 스며들게해 합리적인 공간으로 만들수 있는 여성문화의 득세를 두려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강기원씨는 중령으로 전역한 뒤 현재는 산악자전거(MTB)연맹 선수로도 활약하면서 환경운동과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