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석면 불법폐기 만연, 국민건강 위협

선진국은 전면사용금지 추세…국내도 규제강화 조치 시급

서울 중구 소공동과 송파구 신천동의 철거 및 건물 리모델링 작업현장에서 석면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내장재가 무단 철거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석면의 불법폐기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특급호텔과 백화점ㆍ금융기관ㆍ상가 건물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이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과 상인들이 공기 중으로 흩날린 석면가루를 마셨을 것으로추정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 철거시 해당 업체는 `석면 해체ㆍ제거작업 허가신청서'를 관할 노동관서에 제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노동부는 신청이 접수되면 한국산업안전공단에 기술검토를 의뢰한 뒤 공단지도원이 현장에 나가 법적 관리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피고 작성한 의견서를 받아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같은 법령은 실제 공사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된 2003년 7월부터 14개월간 접수된 허가신청은 울산과 경북에서 5건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전무했다. 건축물 해체ㆍ리모델링ㆍ철거 등으로 발생되는 폐석면은 연간 수십∼수백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허가를 받고 철거한 곳은 시행 1년이 넘도록 단 5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건축물을 해체하거나 철거할 때 나오는 석면이 대부분 다른 건설 폐기물과 함께 불법 매립ㆍ처리되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석면환경협회 구기영 사무총장은 "건축자재 철거시 석면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습윤제나 물을 뿌려 습식으로 제거하고 가루와 부스러기는 집진기로 모아 고형화시킨 뒤 처리해야 하지만 실제 공사현장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건물 철거ㆍ해체가 이뤄질 경우 1주일 전까지 석면 함유 여부 확인서를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제출토록 하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아직 시행은 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도 지난 3월 폐기물매립장 내에 별도 구역을 지정해 석면폐기물을 매립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중이다. 석면은 흡음성과 단열성이 뛰어나고 화학물질 노출이나 화재ㆍ부식에 견디는 능력이 탁월해 건축재료에 널리 쓰였으나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70년대께부터 선진국에서는 각종 규제장치가 마련돼왔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매우 가느다란 미세 섬유 구조로 돼 있어 가루가 일단폐에 들어가면 잘 빠져나오지 않고 잠복기를 거쳐 폐암과 악성 중피종ㆍ폐선유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기 10ℓ에 1개꼴로 석면 미세섬유가 함유돼 있을 정도로 저농도라 하더라도 1년이면 성인의 경우 약 40만개를 들이마시게 돼 지속적으로 흡입할 경우 암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지난 1980년대부터 건축 내장재에 대한 석면 사용을 점진적으로 중단시켜 왔으며 최근 선진국들은 석면제품을 아예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10월초부터, 유럽이 올 1월초부터 사용 목적과 관계없이 석면 제품의 생산ㆍ사용ㆍ수출입 등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 시절 주택개량 사업에 많이 쓰인 슬레이트 지붕을 비롯, 건물 천장 마감과 단열재 시공용 석고보드에 엄청난 양의 석면이 쓰였다. 국내의 대표적인 석면 함유 건축자재 제조업체였던 B사가 재고분 소진에 따라올 3월 석면 함유 시멘트판(텍스)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일부 소규모 업체의 건축자재에는 아직도 석면이 포함돼 있으며 화물차 브레이크 라이닝 등 자동차 부품용으로도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수년새 석면 함유 제품에 대한 규제와 폐기물 관리를 실시하고 있으나 선진국과는 달리 전면 사용금지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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