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엔화대출 규제 완화를"


“엔화 대출을 확대해주세요.” 최근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하락세를 지속, 100엔당 800원선을 위협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엔화대출 기준을 강화한 데 대해 금융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은행 영업점에서는 엔화대출을 요구하는 거래 고객들이 늘면서 대출규정을 완화해달라는 요청이 늘지만 본점에서는 감독당국의 지도방침에 묶여 엔화대출 확대가 어렵다는 입장을 시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원·엔환율 급락으로 대출수요 크게 느는데, 금융당국 지도방침에 발묶여 거절 '일쑤'
은행 영업점, 고객과 잦은충돌 불만 고조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원ㆍ엔 환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오히려 급락을 거듭하면서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지난 8월부터 창구지도를 통해 은행들의 엔화대출을 실수요자 위주로 제한했다. 감독당국은 엔화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 기존 엔화대출 고객에게 원화대출로의 전환이나 중도상환 등을 권고해왔다. 그러나 은행 영업현장에서는 환율 추이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영업점을 중심으로 엔화대출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거래고객들은 원ㆍ엔 환율이 100엔당 750원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출해줄 수 없다는 은행과 대출해달라는 고객이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원화대출과의 금리차가 점차 벌어지는데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엔화대출의 경우 금리가 연2% 내외로 원화대출보다 금리가 약 4~5%포인트 낮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경우 원화대출보다 연 6%포인트까지도 저렴하게 차입을 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엔화 가치가 내리막을 걷고 있어 엔화대출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엔화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거래 은행을 바꾸겠다는 ‘협박형 고객’도 생겨나고 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서는 엔화대출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여기서 안해주면 거래은행을 바꾸겠다고 엄포를 놓는 고객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지난 7~8월 반짝 늘었던 중도상환이나 원화대출 전환 고객도 사라졌다. 신한은행의 경우 환헤지(위험회피) 차원에서 엔화대출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원화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시행하고 있다. 4월 원ㆍ엔 환율이 806원에서 9월 초까지 820원대로 오르면서 원화전환을 원했던 고객들도 이제는 엔화대출 유지를 원하는 추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환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 당국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번 엔화대출 규제는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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