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금융제재를 사실상 총괄하며 '대북 저승사자'로 불리는 데이비드 코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이 1박2일 일정으로 20일 방한했다.
코언 차관은 이날 오후 우리나라를 방문, 다음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 등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대러시아 제재를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언 차관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가하고 있는 대러시아 제재에 한국이 참여하도록 협조를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방한한 피터 해럴 미국 국무부 제재담당 부차관보는 우리 측에 "모든 파트너들이 동참해 러시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길 확실히 희망한다"고 밝히며 제재 동참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다만 우리 측은 러시아의 협조가 절대적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외교적 문제로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일방적으로 지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코언 차관도 간접적인 형태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에서 철수한 서방 기업의 빈자리에 한국 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수준의 협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현안 점검과 국제사회와의 공조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재무부는 북한 선박 청천강호 사건을 주도한 청천강해운을 지난달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려놓으며 대북 압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코언 차관은 지난해 7월에도 방한해 김규현 당시 외교부 1차관과 대북 금융제재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단 지난해와 달리 기획재정부 관계자와의 면담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에 대해 사전에 알려준 것이 없어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코언 차관의 이번 방한은 일본·중국·아랍에미리트·오만 등 5개국 순방의 하나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