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톈진항 폭발사고 수습과정에서 정보공개에 미적거리며 톈진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관영매체까지 톈진시의 사고수습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17일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허수산 톈진 부시장이 사고 5일 만에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며 톈진시의 사고수습 과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피의 교훈’이란 말을 언급하며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지시하고 리커창 총리가 현장을 방문해 희생자를 위로했지만 정작 일선에서는 사고원인과 사고수습 과정 등이 공개되지 않아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톈진시 지도부는 사고 5일이 지날 때까지 폭발사고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조차 없다. 그나마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사고 원인과 피해 상황 등에 대한 정확한 설명 없이 “밤까지 시안화나트륨 등 위험물질을 제거하겠다”고만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정확한 사고 원인 등 핵심사항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SNS를 통한 유언비어 유포만 단속하고 있다”며 “이런 중국 정부의 행동이 더 많은 의심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베이징 등에서는 유독물질이 빗물 속에 포함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며 혼란을 초래했다. 이날 비 예보가 내린 가운데 주중 미국 대사관이 공지한 내용이라는 영문 메시지가 인터넷 상에서 퍼지면서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독비가 내린다’는 내용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된 루머에 대해 미 대사관과 중국 당국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루머의 원인이 중국 당국의 비공개 대응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톈진시 환경부는 지난 14일 기자회견 당시까지만 해도 공기에는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으나 16일에는 사고 현장 근처 일부 지역 공기에서 시안화물이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됐다고 말을 뒤집었다. 이날 홍콩 상보는 홍콩의 채소업계가 물류창고 폭발 사고로 독성 화학물질이 유출된 중국 톈진에서 생산된 채소의 수입을 일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사고 지역 인근 주민들은 사고로 출입이 통제된 주택들을 정부가 사들여야 한다며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